공정위, SK·최태원 회장에 시정명령·과징금 16억 부과
공정위, SK·최태원 회장에 시정명령·과징금 16억 부과
  • 김창한 기자
  • 승인 2021.12.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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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 김창한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기업집단 에스케이(이하 에스케이) 소속 에스케이㈜가 특수관계인 최태원 회장이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스케이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목적으로 지난 2017년 1월 23일 (주)엘지가 보유하던 SK실트론(舊 LG실트론) 주식 51%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에스케이는 실트론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케이티비(19.6%)와 우리은행(29.4%)이 공동매각 추진을 논의하던 실트론의 잔여주식 49% 중 일부를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의 매입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하는 인수전략을 2017년 3월경 수립했다.

이후 케이티비는 19.6%의 주식을 보유한 케이티비와 우선 접촉해 몇 차례 협상을 거쳐 케이티비가 보유한 19.6%를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2017년 4월 6일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케이티비가 공동매각을 거절하자 2017년 4월 11일 자신의 실트론 주식 29.4%의 단독매각 입찰을 공고했다.

최태원 회장은 에스케이 이사들이 참석한 월간회의에서 해당 매각 입찰정보를 들은 후 2017년 4월 14일 처음으로 비서실에 자신의 입찰참여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법무실에서 이를 검토해 보고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입찰참여 전인 2017년 4년 17일과 18일 에스케이 대표이사인 장동현에게 에스케이의 입찰참여 의사를 확인했는데, 장동현 사장은 에스케이가 이 사건 잔여주식 29.4%를 인수할지를 아직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관계인인 최태원 회장이 인수의사를 묻자 바로 ‘에스케이는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2017년 5월 29일 다시 에스케이에게 공문으로 이 사건 잔여주식을 매수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는데, 에스케이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미인수방침’을 보고했고, 같은해 5월 말에 이를 최태원에게 회신했다.

그 결과, 최태원은 같은해 4월 21일 우리은행의 실트론 주식 29.4% 매각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같은해 8월 24일 해당 주식을 TRS 방식(Total Return Swap·총수익교환)으로 취득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 사건 사업기회는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이다. ‘소수지분 취득’은 사업기회가 아닌 단순한‘재무적 투자기회’라는 일부 견해도 있으나,공정거래 법령에 사업기회의 범위를 경영권 취득과 연관되는 것으로 국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 다수의 논문 등에서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도 상법상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업기회에 해당한다.

에스케이와 밀접한 사업관련성이 있는지 이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업기회는 에스케이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스케이는 지주회사로서‘주식취득’을 통해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주식소유를 통해 배당금 등을 수취하는 활동이 주된 사업인 점, 에스케이가 실트론 주식 70.6%를 이미 취득했기 때문에 나머지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수행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성이 매우 큰 점, 에스케이 스스로 실트론의 잔여주식 취득을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검토했던 점 등이다.

에스케이에게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었는지 이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업기회는 에스케이에게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다. 에스케이는 당시 에스케이하이닉스로의 판매량 증대, 중국사업 확장, 에스케이머티리얼즈 등과의 협업 등을 통해 실트론의 가치증대(Value-Up)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체 판단했다.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에 대한 Value-Up을 통해 1조1000억원인 기업가치가 지난해는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기 때문에 잔여주식 29.4%에 대해서도 취득시 해당 지분율 만큼의 추가적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경우 전략적 투자자(SI) 등 제3자의 간섭 없는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익도 존재했다.

에스케이는 자신이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의 동 지분인수 행위를 묵인했을 뿐 아니라 이를 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포기함으로써 이 사건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 최태원에게 제공했다.

또한, 에스케이는 최태원 회장이 이 사건 잔여주식을 성공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이 사건 잔여주식 매각이 공개경쟁 입찰로 진행되긴 했지만 공공입찰과 달리 매각자가 입찰 절차에서 상당한 재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했다.

에스케이는 최태원 회장 개인의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입찰 참여부터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에 자신의 비서실, 재무, 법무담당 임ㆍ직원이 해당 거래를 지원토록 했다. 특히, 에스케이의 미래 거래 가치까지 한국투자증권에 제시해 최태원 회장이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편, 에스케이는 잠재 인수후보자들의 실트론 실사요청과 EXIT를 위한 주주간협약 체결을 일관되게 거절했는데 이는 이러한 조건이 필요 없는 최태원 회장이 이 사건 입찰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에스케이의 이 사건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 최태원에게는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 이는 해당 이익이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에스케이에게 귀속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태원이 회사의 동의(이사회의 승인)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자신에게 귀속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결정 과정에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에스케이는 사실상 배제됐고, 최태원 회장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

그 결과, 최태원은 TRS 계약에 따라 기초자산인 실트론 잔여주식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상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었다. 에스케이가 실트론의 경영권 인수 후 다양한 Value-Up을 실행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결과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돼 실트론의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했는데, 최태원이 해당 주식을 매각할 경우 자신의 지분율 만큼의 주식가치 상승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위와 같은 과정에서 자금조달 방법, 입찰가격 등에 대해서 보고받는 등 관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에스케이 대해 법 제23조의2 제1항 제2호 사업기회제공행위와 최태원 회장에게는 제23조의2 제3항(사업기회 제공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행위)과 법 제23조의2 제4항(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에 관여한 행위 등으로 에스케이와 최태원 회장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단, 공정위는 최 회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 주도하는 등 가담 정도가 불충분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같이 제공 대상 사업기회가 주식취득 기회 등인 경우 법위반금액의 산정이 어려워 과징금액에 반영되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있는 점을 고려해 향후 이를 개선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며, 자연인인 특수관계인이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경우를 포함해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객체의 관련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이를 산정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