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김창한 기자】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오는 30일부터 카르텔분야 8개 행정규칙을 제·개정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제‧개정은 경쟁사 간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이하 정보교환)의 규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달라지는 법 집행에 대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오는 30일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 중 카르텔분야의 주요 내용은 우선, 경쟁사 간 가격 등의 정보교환을 합의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담합의 한 유형으로서 금지되고, 가격 등 경쟁변수의 유사‧동일한 변화, 즉 경쟁사 간 행위의 외형상 일치가 있고 이에 필요한 정보가 교환된 경우 해당변수와 관련된 담합의 합의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6개 담합 인가사유(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발, 불황극복, 산업구조조정, 거래조건 합리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중 산업합리화, 불황극복, 산업구조조정 3개가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으로 통합되고, 담합을 자진신고해 과징금 등을 감면받은 사업자가 그 담합 관련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하는 경우, 공정위가 당초 받은 감면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추진된 행정규칙 제‧개정은 위와 같이 법 개정에 따라 달라지는 카르텔분야 법 집행 방식을 명확히 해 사업자 등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 제정안, 기타 행정규칙 7개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1월 2일부터 23일까지 행정예고했으며, 이 기간동안 각계의 의견을 접수했다.

접수된 의견을 반영한 제‧개정안은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의결됐으며,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특히, 정보교환 담합 규율에 따라 일상적 정보교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고려, 공정위는 행정예고와는 별도로 2차에 걸쳐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했다.

제‧개정된 행정규칙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제정된 지침은 △정보교환, 즉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의 개념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합의 금지 관련 내용 △정보교환에 의한 합의 추정 관련 내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가격, 생산량, 원가 등의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정보교환으로 본다. 구두, 우편, 전화 등 알리는 수단은 불문하고, 사업자단체 등 중간매개자를 거쳐 알리는 행위도 포함된다. 다만, 사업자단체의 단순 정보취합행위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정보가 전달된 것이 아니므로 정보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한편, 정보의 공개‧공표는 규율범위에서 제외된다. 다만, 공개‧공표가 이뤄진 매체에의 접근비용 유무‧수준‧차등여부, 매체의 성격 및 이용자의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공개‧공표가 이뤄진 것으로 보기 곤란한 경우는 제외되지 않는다. 공개‧공표 전에 이미 경쟁사 간 은밀하게 정보교환이 선행된 경우에도 공개‧공표와 무관하게 규율범위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합의 금지는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자는 경쟁사 간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정보교환 결과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돼야 하며, 이를 상쇄할만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없어야 한다.

모든 정보교환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며, 가격, 생산량, 원가, 출고‧재고‧판매량, 거래조건 또는 지급조건(이하 경쟁상 민감한 정보)의 교환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만 위법하다. 인사동정, 소비자 성향 분석자료 등 경영활동에 있어 일상적인 정보의 교환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의 성립은 경쟁사 간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명시적 의사연락(합의서, 구두 약속)이 있는 경우 정보교환 합의가 성립한다. 또한, 명시적 의사연락이 없더라도 경쟁사 간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한다는 묵시‧암묵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도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정보교환이 장기간에 걸쳐, 빈번하게,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직급 간, 의사결정 전에 이뤄지고, 교환된 정보를 경영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등의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사업자가 정보수신 거부의사를 밝혔거나 경쟁사의 정보송신을 신고한 경우, 정보교환이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경우 등에는 합의가 없거나 해당 사업자가 합의에서 탈퇴한 것으로 본다.

또, 정보교환에 의한 합의 요건은 경쟁사 간 경쟁변수(가격 등)의 외형상 일치가 있고, 그 외형상 일치 창출에 ‘필요한 정보의 교환’이 있는 경우 경쟁변수 관련 담합의 합의(가격담합의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쟁변수의 변동폭‧시점이 동일할수록 외형상 일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완전히 동일해야지만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등 경쟁변수에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외형상 일치가 인정될 수 있으며, 공정위가 추정하려는 합의가 가격을 특정수준으로 인상하자는 합의가 아닌, ‘가격을 함께 인상하자’는 정도의 이른바 느슨한 합의인 경우는 요구되는 경쟁변수의 동일성 정도가 완화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정보의 교환된 정보가 가격, 생산량 등 경쟁상 민감한 정보인 경우, 의사결정 시점 직전에 교환이 이뤄진 경우, 외형상 일치의 내용과 교환된 정보의 내용이 유사할수록 ‘필요한 정보의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합의가 추정됐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는 소송단계에서 외형상 일치가 없었다는 점 또는 필요한 정보의 교환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외형상 일치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함으로써 합의 추정을 부인할 수 있다.

합의 추정 관련 내용 개편은 현행 심사기준은 외형상 일치가 있고 합의가 있었을 상당한 개연성(현행법상 추정사유)이 있으면 합의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자가 외형상 일치가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 합의 추정을 부인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 심사기준은 개정 공정거래법을 반영해 ‘외형상 일치 창출에 필요한 정보의 교환’을 추정사유로 추가하는 한편, △외형상 일치 여부의 판단기준 및 외형상 일치의 예시 △합의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사유의 예시를 보강했다.

다음은 거래조건 담합 예시 정비로 현행 심사기준은 거래조건 담합의 예시로서 '상품 또는 용역의 품질, 거래의 장소, 거래의 방법, 운송조건의 담합을 들고 있다. 그러나, 경쟁변수라 보기 어려운 ‘거래의 장소’가 예시에 포함돼 있다는 점, ‘거래의 방법’이 다소 포괄적이라는 점 등 위 예시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간 있어왔다. 개정 심사기준은 동 예시를 '판매장려금, 출하장려금, 위탁수수료, 무료 상품‧서비스 제공 여부, 특정 유형의 소비자에 대한 상품‧서비스 공급방식, 운송조건'으로 정비했다.

개정된 사업자 단체 활동 심사지침은 현행 지침은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및 예시를 열거하고 있다. 개정 지침은 개정 공정거래법을 반영해 사업자단체가 정보교환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의 예시를 추가했다.

공동행위 인가사유 통합 반영에 대해 현행 지침은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행위라 하더라도 공동행위 인가사유 6개에 해당하는 경우 위법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 지침은 인가사유 통합을 반영해 경쟁제한행위 인가사유를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 △공동 연구‧개발 △거래조건 합리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의 4개로 정비했다.

현행 고시는 자진신고 된 담합 사건의 조사개시일을 공정위의 현장조사일, 자료요청일, 출석요구일 중 빠른 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규정은 자진신고 담합 사건의 조사개시일을 ‘자진신고 접수일’로 보고 있는 시행령과 판례와 충돌되므로, 개정 고시는 이를 삭제했다.

단, 삭제하더라도 시행령은 자진신고 사건의 조사개시일을 자진신고 접수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규정의 공백은 발생되지 않는다.

감면신청인 추가 제한기간 규정은 현행 고시는 단독감면 신청 후 이를 공동감면으로 보정하려는 경우 그 보정은 75일 내에만 가능하도록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단독감면 신청 후 조사에 협조해 오다가 위원회 심의 직전에 해당 감면신청을 계열사 등과의 공동감면으로 보정함으로써, 아무런 협조가 없었던 계열사까지 감면혜택을 받게 하려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위 보정과 공동감면 신청 후 신청인을 추가하려는 보정은 결국 감면신청인을 추가하려는 내용의 보정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기간이 없었다.개정 고시는 어떤 형식이든지 감면신청인을 추가하는 보정을 하려는 경우, 그 보정은 75일 내에만 가능하도록 해 사각지대를 해소했고, 개정내용은 개정 고시 시행일인 오는 30일 이후 최초로 이뤄진 감면신청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감면신청 순위 승계규정 정비에 대해 현행 고시는, 선순위 감면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후순위 감면신청인은 선순위를 승계하고 승계한 순위의 감면요건을 충족해야만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단, 1순위 감면신청이 신청인의 귀책사유(공동행위 미중단, 불성실협조)로 기각되고, 2순위 신청인이 1순위 요건 중 ‘불충분성 요건(감면신청시 공정위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2순위 신청인이 1순위를 승계하지 않고 2순위 요건 충족시 2순위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승계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규정의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3순위 신청인의 2순위 승계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인지 혼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고시는 규정의 구조를 간명하게 정비하는 한편, 승계예외규정은 2순위 신청인의 1순위 승계에만 적용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개정 법률은 감면혜택을 받은 자가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 하는 경우 그 감면혜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고시는 위 재판을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하는 소에 따른 재판, 즉 ‘행정소송’으로 명확히 했다.

이에 공정위는 "8개 행정규칙이 제‧개정됨에 따라, 법 개정에 따라 달라지는 카르텔분야 법 집행 방식이 보다 명확해지고, 일부 미비점도 해소되는 등 개정법 시행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제‧개정된 행정규칙의 내용들이 시장질서‧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업자 대상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가격 등의 민감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