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안성빈 기자]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증시도 정상회되면서 미국인들의 자산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상위 0.1% ‘슈퍼리치’에게 집중되는 부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 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상위 0.1% 자산가에게 부가 쏠리는 현상이 1989년 데이터 작성 이래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가계 상위 0.1%인 13만 3000가구가 보유한 자산은 약 20조달러(우리돈 약 2경 6896조원)로 집계됐다. 가구당 평균 자산 규모는 약 1억 5000만달러(2017억 2000만달러)였다. 이들의 자산이 전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분기 말 12.3%에서 지난해 4분기 말 13.6%로 늘었다.

이들이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의 절반 정도는 기업 주식과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투자회사) 형식이었다. 최근 미국 증시 랠리로 이들의 주식 보유액은 3조달러 이상 늘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상위 10%의 자산 비중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상위 1%의 자산 비중은 2019년 말 18.1%에서 2023년 말 16.7%로 감소했고, 상위 10%의 자산 비중은 39.4%에서 36.6%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인구 통계학적으로 살펴봤을 때 가장 큰 자산의 손실을 입은 계층은 중년 세대와 교육수준이 낮은 가구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40~69세의 중년 미국인이 2019년 말 70%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그 비중이 63%로 줄었다는 것이다. 대신, 2019년 말 24.3%였던 70세 이상의 자산 비중은 30.8%로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노년층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주식시장에서 부를 얻었고 소유한 주택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가구가 보유한 자산은 11%에 불과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그 비중이 30%대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증가하는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