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차등 적용·공익위원 교체 등 '변수'

근로자와 경영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격론을 벌이는 모습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자료입니다. Bing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근로자와 경영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격론을 벌이는 모습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자료입니다. Bing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월드경제=안성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조만간 열린다. 이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 것인지 여부 외에도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공익위원의 교체 등 논의해야 할 쟁점이 많다. 그 어느때보다도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말을 고려해 이르면 오는 29일 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 사용자위원은 경영계, 공익위원은 정부에서 추천한다. 심의 요청을 받은 최임위는 90일 이내에 결과를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전년도보다 240원(2.5%) 올랐다. 월 기준(209시간 근무)으로는 206만740원이었다. 

최저임금은 1만원을 불과 140원(1.42%)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고, 작년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적었던 상황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훌쩍 넘길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던 2021년의 1.5%였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한 만큼, 돌파 저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건 지난 1988년. 처음으로 결정된 최저임금은 400원대였다. 이후 1993년 1005원으로, 처음 1천원을 넘었고, 20년 가까이 지난 2014년에 5210원으로 5천원을 넘어섰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한다면, 시행 37년 만에 만 단위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당시 시급 9620원인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물가 급등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 등을 근거로 들어 지난해 최초 요구안으로 1만 2210원을 제시했다.

■ 잊혀졌던 주제 '업종별 차등 적용', 이번엔 '뜨거운 감자'로 

이번 심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업종별 구분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야 최저임금 수준 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구분 적용 논의가 지연될 경우 최저임금 결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 조항을 근거로 최저임금 감당이 어려운 일부 업종에 대해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사 간 의견 대립이 팽팽했던 탓에, 실제로 시행된 건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한 차례뿐이다. 이후 30년 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것처럼 인식됐다. 다시 쟁점이 된 건 한국은행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고령화 속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고, 돌봄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노동계로부터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도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같은 업종이지만 규모가 다른 경우 어떻게 구분 적용할 것인지도 문제다. 예를 들면, 숙박업종 가운데에서도 대규모 호텔과 작은 여관의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등이다.

■ 현 정부 첫 공익위원 인선도 변수

공익위원 교체도 변수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만큼 논의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현 12대 위원들의 임기 만료일은 5월 13일이다. 새 위원 구성을 작업 중인 고용노동부는 노사 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정부 추천인 공익위원에 대해서도 인선을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위촉되는 공익위원 9명에 누가 인선되느냐가 관건이다. 공익위원은 시행령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위촉 대상은 ▲3급 이상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출신으로 노동문제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5년 이상 대학에서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의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 ▲10년 이상 공인 연구기관에서 노동문제 연구에 종사한 사람 등이 대상이다.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인사가 공익위원으로 대거 위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보이콧' 등으로 노동계가 강경하게 맞설 가능성이 있다.

한편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이지만, 실제로 최임위가 시한을 지킨 건 1988년 이후 9번뿐이었다. 지난해에도 시한을 넘겨 110일 만인 7월 19일에야 의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