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노화 연구 활발...英, '20대 피부 되돌리기' 성공
기능성 집착 보단 이너-아우터뷰티 '묶음 상품'을
어려워지는 뷰티·제약업계, '항노화'로 돌파구를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자료입니다. Bing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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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지난해 실적을 두고 화장품 업체들은 울고, 제약업체들은 웃고 있다. 하지만 모두 언제까지 웃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화장품 업체와 제약업체가 경쟁할 시장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화장품 업체들이 거대 자본, 제약업체들이 의학 기술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강자는 누가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기술과 자본, 경험이 합쳐져야만 강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전기차나 우주개발만큼 잠재성 가진 ‘항노화 시장’

본론부터 말하자면 미래 시장 가운데 ‘항노화’는 엄청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전기차나 우주개발, 도시형항공이동수단(UAM)보다 더 큰 시장이 될 수도 있다. ‘화장품’과 ‘영양제’ 시장 전체를 잠식하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

화장품은 근본적으로 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주기 위한 상품이다. 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묘사할 때 핵심 키워드는 ‘젊어 보인다’는 점이다. 영양제 또한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젊을 때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게 핵심이다. 겉모습과 속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화장품과 영양제가 서로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의학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2016년 6월 미 워싱턴대 의대와 일 게이오대 의대가 ‘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NMN)’의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동물 실험에서 늙은 쥐를 다시 젊은 쥐로 만드는데 효과를 나타낸 NMN은 이후 ‘항노화 물질’로 주목을 끌었다.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Oct4’ ‘Klf4’ ‘Sox2’ ‘c-Myc’ 등 4가지의 유전자를 활용해 성체 세포를 어떤 기관으로든 발달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들었다는 실험 논문을 발표했을 때만큼이나 주목을 끌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4가지 유전자 ‘야마나카 인자’를 발견해 낸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53세 실험자의 피부를 20대 초반 상태로 되돌리는 데까지 성공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교수는 아예 “노화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화가 치료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가능하다는 증거를 원하고 있을 뿐”이라며 “5년 뒤에는 FDA도 노화가 질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8년 노화에 대해 질병코드(XT9T)를 부여했다.

싱클레어 교수의 말처럼 ‘노화’를 멈추거나 아예 되돌리는 ‘항노화’ 연구가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노화’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이나 의대 등이다. 기업 가운데 ‘항노화’ 연구에 나서는 곳은 소수의 벤처기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같은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 ‘이너뷰티+아우터뷰티 코스 상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 열어야

야마나카 인자부터 NMN까지 다양한 ‘항노화 치료’ 관련 물질이 있지만 화장품이나 영양제, 보충제 같이 흔하게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약을 개발해본 적이 없는 국내 제약업체에게는 물론 화장품 업체에게 이런 ‘항노화 물질’은 ‘그림의 떡’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에서 말하는 ‘이너뷰티’가 그에 대한 힌트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라쿠텐 등 해외 온라인 마켓은 각종 영양제와 보충제를 판매하면서 ‘항산화’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와 제약업체는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하지만 방향을 살짝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SNS에서 집중 홍보하는 화장품은 의학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짜 광고’를 한다. “이걸 바르면 화장품 함유 성분이 진피층까지 전달돼 피부장벽을 되살려준다”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이런 효과를 가진 화장품은 극소수다. 모공 축소 또한 마찬가지다.

피부는 인체의 표면임과 동시에 내장의 모든 기능을 보여주는 ‘결과’다. 결과에 매달려 바꾸겠다고 해봤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의학계의 지적이다. ‘이너뷰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답은 이미 나왔다. ‘이너뷰티와 아우터뷰티 상품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피부에 좋은 비타민 A와 C, E를 넣는 것뿐만 아니라 글리신, 플로린, 비오틴 등 콜라겐 생성을 돕는 물질, 판토텐산 등을 포함한 비타민 B 복합제제, 피그뇨제놀이나 퀘르세틴 같은 항산화 물질, 아연, 셀레늄,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철분, 폴리코사놀, 나토키나제 등을 인체 흡수 효율 등을 고려해 복합 영양제를 만들고, 동시에 니코틴이나 카페인, 자외선, 미세먼지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화장품, 피부 탄력 유지를 돕는 화장품 등을 ‘코스 요리’처럼 묶는다는 것이다.

현재 화장품 업체 가운데 1·2위를 다투는 아모레퍼시픽과 엘지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 시장에서의 반응이 좀 나빠졌다고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제약업체들은 제네릭 생산 등 바이오 시밀러 체제에만 매달려 있다. 자본 규모 때문에 다국적 제약업체처럼 십수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신약을 만들기도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바탕으로 ‘항노화 화장품’ 개발에 주력하는 건 어떨까? 대형 화장품 업체가 중소 제약업체를 M&A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이런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 경제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기업 경영 환경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아니면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이너뷰티+아우터뷰티 코스 상품’은 국내 의료계와도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느 분야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