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계속 판매..."소비자 선택권 존중"

ⓒ Image by macrovector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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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유상석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에 잇따라 나섰다.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와 연계되는 ELS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데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4곳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 ELS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신한은행은 같은날 비예금상품 위원회를 긴급 개최해, 다음달 5일부터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고점으로 판단되는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관련 상품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9일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해당은행들은 “금융시장 현황과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잇따라 ELS판매 중단에 나선 건, 최근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ELS의 은행 판매 중단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손실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4000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을 웃도는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에는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경우의 수에 따라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ELS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미 H지수 ELS를 선제적으로 판매 제한했다"며 "타행 대비 판매 및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은 또 "ELS 판매창구를 PB창구로 제한해왔고, 판매인력도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고 판매경력이 풍부한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상품판매 창구와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