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다. [Bing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월드경제=김초롱 기자] "그동안은 농담으로 힘들다고 했지만, 요즘 진짜 체감이 다릅니다.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이런 불경기는 진짜 처음이라 미래가 두려울 지경입니다"

최근 취재하면서 만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업계를 덮친 불경기를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는 "에이~ 죽지 못해 살고 있어요"라고 마치 안부 인사같이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지만, 요즘 관계자들 표정은 예전과는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업계가 새로운 캐시카우의 부재와 기존 사업의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잇따르는 구조조정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불경기를 피부로 느끼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우선 컴투스가 일부 개발진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하면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란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 구조조정에 이은 두 번째 결단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로 손꼽히는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12월 금융비즈센터를 정리했다. 또 '팡야' '트릭스터M'으로 인지도가 있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까지 오는 2월 폐업을 앞두고 있다.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 전문 계열사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가량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회사 측은 지속 가능한 사업 방향을 계속 모색했지만, 경영 상황과 시장 변화를 고려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라인게임즈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개발한 레그스튜디오 해체를 발표, 작품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 친분 있는 사람들이 사실 확인을 묻는 연락이 많이 왔다.

이렇게 구조조정 소식이 연일 들리니 "어디 회사가 조만간 팀을 해체한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같은 뜬소문까지 돌면서 사람들을 더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이런 불경기 한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업체는 한정적이고 전년 동기 대비 적자만 기록 안 해도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관계자들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우선 회사가 돈을 벌어야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회사를 원망할 수 있겠냐"라며 말했다.

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 아이템으로 콘솔과 서브컬처 게임을 준비하고 있지만 드라마 같은 큰 반전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감이 있다. 당장 4분기 실적 발표에도 일희일비하는 상황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어렵다.

시련은 시작됐는데,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 마냥 방치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업계를 떠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해답이 보이지 않은 현재 상태에서, 업계에는 무서운 한파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