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를 내세운 신한 슈퍼SOL 광고 ⓒ 신한금융지주
뉴진스를 내세운 신한 슈퍼SOL 광고 ⓒ 신한금융지주

[월드경제=유상석 편집국장] "슈퍼SOL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달라. 설치하다보면 권유 직원 이름을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뜰 거다. 그 때 내 이름 좀 입력해 달라"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과장을 좀 보태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만큼이나 많이 들은 말이다.

홍보 모델로 뉴진스를 내세우고, 메일함에는 슈퍼SOL과 관련한 보도자료가 연이어 들어왔다. '신한금융그룹 측에서 슈퍼SOL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나보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을 듣다 보니,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의 수준이구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권유 직원'으로는 가장 먼저 요청한 취재원이 이름을 올렸다.

'슈퍼SOL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새삼스럽게 다시 관심을 갖고 살펴봤다.

뱅킹과 결제, 주식, 보험까지 모든 기능을 합쳐 놓은 앱으로, 신한은행과 카드, 투자증권, 라이프, 저축은행과의 거래를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앱이라고 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출시한 야심작인 듯 하다.

슈퍼SOL 소개 페이지. '제주은행'이 보이지 않는다. ⓒ 신한금융지주
슈퍼SOL 소개 페이지. '제주은행'이 보이지 않는다. ⓒ 신한금융지주

그런데 제주은행이 안 보인다. 

동료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보니 "그러게, 왜일까?"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몇몇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반응이 사뭇 다르다. "그야, 제주은행은 우리 회사가 아니니깐".

물론 제주은행이 처음부터 신한금융 계열이었던 건 아니긴 하다. 1969년 설립됐지만,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건 2002년 5월이다. IMF 외환 위기의 여파로 1999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고, 2000년에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신한은행이 제주은행을 위탁 경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신한금융지주가 제주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IMF 외환 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도민주 갖기 운동'등을 통해 지역 유지 등 도민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예 가족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사용하고 있는 제주은행 본점 청사 ⓒ 제주은행 제공
지난 2022년 9월부터 사용하고 있는 제주은행 본점 청사 ⓒ 제주은행 제공

어쩌면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의 미움받는 서자(庶子) 신세일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제주은행의 총 자산 규모가 얼마인지, 2금융권 금융사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큰지 작은지, 총 매출이 얼마이며 순익은 얼마인지 등의 숫자 분석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조용병 전 회장이 지난 2021년에 한 것으로 전해지는 발언이면 충분하다. "제주은행 라이선스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해 보라"는 지시다. 더 정확히는 "제주은행 말이야, 어떻게든 좀 해 봐!" 아니었을까.

그래서 인터넷은행 전환이 검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되는 순간 대면 영업은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내와 서울, 부산에 있는 영업점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 '지역은행'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은행 전환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소문이 돌며 주식시장을 혼란시키는 듯 하다.

집안에선 그렇지 않아도 서자인데, 덩치가 작고 허약해 가족에게 기여할 수 없는 아이. 바깥에선 자신이 의도하진 않았다지만 어쨌든 나쁜 소문의 대상이 되면서 가족들에게 민폐나 끼치는 아이. 이러나 저러나 가정의 골칫거리일 뿐 녀석. 그런 녀석이 뭐? 우리 집안의 가장 큰 행사인 슈퍼SOL에 감히 함께하겠다고? 예끼! 건방지긴! 너같은 아이는 우리 식구도 아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서글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박우혁 제주은행장이 연임됐다. 1년 더 자리를 지키게 됐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방침이 반영됐다. 1년 늘어난 기간 동안, 박 행장은 '서자 대접'을 벗어나기 위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모하기 위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