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상이나 주장 등을 알리고 싶어도, 그 수단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 Image by pch.vector on Freepik
특정 사상이나 주장 등을 알리고 싶어도, 그 수단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 Image by pch.vector on Freepik

[월드경제=김초롱 기자] 대한민국이 빈대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업계 역시 '이상한 빈대(?)'의 등장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는 지난주부터 시장을 강타한 '집게손'이 바로 그것이다.

이 표식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비하할 때 쓰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일간 베스트(일베)'의 대표 손동작과 같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시로 사용됐다. 문제는 '집게손'이 빈대처럼 숨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업계를 습격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두통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게손'의 등장은 게임 업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넥슨이 외주업체에 의뢰해 홍보용으로 제작한 영상에서 해당 손동작이 등장해 인터넷을 뜨겁게 만들었다. 주목할 점은 영상이 넥슨의 대표작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해 만들어진 작품이란 것이다. 해당 게임을 주로 소비하는 타깃이 남성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남성을 희롱하는 시그니처 동작이 버젓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넥슨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는 긴급 사과문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대처했지만 한번 돌아선 유저들의 마음은 쉽게 풀어지지 않는 눈치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일을 벌인지는 몰라도 사건의 모든 여파는 고스란히 다른 직원들이 감당해야 했다.

당장 그 일이 벌어진 주말, 넥슨은 새벽부터 직원들을 호출해 문제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까지 모두 재검수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해당 검수 작업에 참여한 직원들이 욕설과 신세 한탄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며 회사 내부 사정을 알렸다.

업계 종사자들은 개인의 일탈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들까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페미니스트' 신념을 가지는 건 개인의 선택이니 상관없다. 하지만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냐"라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나타냈다.

지금은 폐쇄된 페미니즘 성향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 표시. '집게손'으로 알려져 있는 문제의 손동작은 여기서 유래됐다.
지금은 폐쇄된 페미니즘 성향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 표시. '집게손'으로 알려져 있는 문제의 손동작은 여기서 유래됐다.

문제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집게손' 사건이 빈대처럼 소리 소문 없이 타 업계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건설과 철강에서도 논란이 일어나 한차례 소동을 일으켰다.

우선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공식 포스터에 그 손동작이 등장해 다른 포스터로 교체됐다. 하지만 이미 과거 모 그룹이 같은 계열사 GS25의 '캠핑 이벤트 포스터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것을 두고 누리꾼들은 이 행위가 상습적인 건 아닌지 의심에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그룹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바로 얼마전 공개한 채용공고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제의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지만 해당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영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집게손' 때문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집게손’ 논란은 식품,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서서히 퍼지고 있는 추세다. 네티즌들이 과거 제작된 홍보영상과 포스터를 모두 분석하고 찾아내며 한동안 업계는 그 손동작 논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부에서는 일련의 사건을 두고 과대망상과 과도한 사상검증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주장처럼 아무 의미 없는 동작이라면 왜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모두가 힘을 모아 창작한 창작물에 몰래 숨겨 놓는지 의문이다. 또 이런 행동이 과거 대한민국 방송계와 광고계를 뒤흔들었던 일베 회원들의 '심벌마크' 합성 사건과 뭐가 다른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