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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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유상석 편집국장] 빵 좋아들 하세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하실 만한 분도 많을 듯 해요.

빵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이른바 '빵지순례'라는 것도 많이들 하십니다. 유명하거나 특색있는 빵집을 한 번 쯤 방문해보는, 빵순이 빵돌이들 사이에선 아주 중요한 행사라고들 하죠. 특히,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그 지역에만 있는 빵집을 꼭 가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럼요. 서울 등 다른 지역에는 절대 매장을 내지 않는, 고집 있는 로컬 빵집들이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전국 어디에나 다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인데 특정 도시에만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동네엔 이 브랜드가 없네?" 이런 경우 말입니다.

돌려 말하니 헷갈리실까요? 충남 천안 지역 말입니다. 천안에만 있는 빵집이 있고, 전국 어디에나 다 있었지만 천안에만 매장이 없었던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도 존재했다는 이야깁니다. 그 주인공은 천안지역 유명 제과점 뚜쥬루와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입니다.

ⓒ 로고=각 사 제공
ⓒ 로고=각 사 제공

■ 어느 쪽이 '짝퉁' 이냐고요? '나중에 생긴 쪽'은 뚜레쥬르인데요...

뚜쥬루와 뚜레쥬르. 양 쪽의 브랜드명이 매우 비슷한데, 한 쪽은 로컬 빵집이고 다른 한 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군요. 이러다보니 '뚜쥬루' 쪽이 짝퉁 아닌가 이런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둘 다 불어입니다. 뚜쥬루가 "Tou Jours", 뚜레쥬르가 "Tous Les Jours". 중간에 Les라는 관사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일 뿐입니다. 둘 다 '매일'이라는 의미이고요.

뚜쥬루라는 브랜드가 생긴 건 1992년이라 합니다. 지금은 천안 지역에만 매장이 있지만, 처음에는 서울 용답동에 매장이 있었다고 해요. 제빵 명장과 일본 제과기능장 자격을 보유한 직원들을 대거 영입해 운영하고 있었으니, 그 당시에도 꽤나 잘나가는 빵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식품유통사업 분야을 확장시키려는 CJ그룹의 눈에 뚜쥬루가 들어오게 됩니다. '잘 나가는 빵집이군. 브랜드와 점포들을 인수해서 시작해 볼까' 이런 의도로 CJ측은 뚜쥬루 측에 접촉합니다. 하지만 뚜쥬르 경영진이 CJ 측 제안을 거절합니다. 받아들일 이유가 딱히 없다고 생각한 거죠.

이렇게 되자 CJ 측은 비슷한 브랜드인 뚜레쥬르를 1997년에 출범시켜 버립니다. 굳이 따지자면 뚜레쥬르 측이 '짝퉁'을 만들어버린 셈이 됐죠.

■ '뚜레쥬르', 천안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

CJ 측이 선전포고를 했으니, 뚜쥬루 측에서도 응전합니다. 법적 분쟁이 시작된 거죠.

1심에서는 뚜쥬루 측이 승소했습니다. 결과에 불복한 CJ 측은 항소합니다.

2심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요?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심 선고 전에 CJ와 뚜쥬루 양 측이 합의했거든요.

2007년 3월에 양 측이 합의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15년 동안 천안 및 아산 지역에 뚜레쥬르가 점포를 내지 말 것, 그리고 CJ는 뚜쥬루 측에 상표 이용료를 지불할 것. 말하자면 뚜쥬루만의 영업 구역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었죠.

한동안 천안 일대에서 뚜레쥬르 매장을 볼 수 없었던 이유가 이겁니다. 다만, 현재는 천안·아산 지역에서도 뚜레쥬르 매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 뚜쥬루는 천안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여타 브랜드들처럼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많이 내기보다는, 비교적 대규모 매장 중심으로 운영하는 모습입니다. 2023년 8월 현재 백화점 입점 매장 1곳을 포함한 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빵돌가마마을점'의 경우 마을과 같은 콘셉트로 꾸며져 있습니다.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