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신탁사 중즈, 고객 예금 지급 못해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 로고

[월드경제=유상석 기자]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가운데, 동종업계와 금융권으로 그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금융 당국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비구이위안 사태가 중국의 리츠(REITs)의 자금 조달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구이위안의 채권 거래는 지난 14일 중단됐다. 거래중단된 채권은 2021∼2022년 발행된 비구이위안 회사채 9종과 계열사인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비구이위안 사모채권 1종 등 모두 11종이다. 채권 총 잔액 규모는 157억 200만위안, 우리돈 약 2조 8,700억원 규모다. 이 중 만기가 가장 빠른 것은 9월 2일자인 비구이위안 사모채권이며, 다른 채권들도 9월 중, 10월 19일, 올해 연말, 내년 초 등에 만기가 도래한다.

그 여파로 중룽국제신탁은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이는 중룽신탁의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연결된다. 중즈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위안, 우리 돈 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은 "중국의 상장기업 두 곳이 중룽신탁으로부터 만기가 도래한 투자 상품의 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2조 8,000억위안, 우리돈 약 515조원의 운용 자산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즈그룹은 기업 또는 부유한 개인의 돈을 모아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얻은 이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중즈그룹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비구이위안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를 맞으면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중룽신탁 외에도 여러 주요 신탁회사들이 원금·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중국 금융권에서는 상당수 신탁회사가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 Image by redgreystock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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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금융 규제 감독기관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일부 신탁회사가 고객들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지난 14일 긴급회의를 열고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블룸버그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금융 관련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 0.15%포인트 인하했다.

MLF 대출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 역할을 한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 규모가 총 6,050억 위안, 우리돈 약 11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제 회복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