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이현수 기자] 영국의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가운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뉴욕증시를 비롯한 주요 지수가 하락했으며 미국의 부채위기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불룸버그는 2일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재정적자 시한폭탄이 터질 때가 이전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전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으며 이는 지난 5월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후 3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악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2025년 미국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AAA 등급을 받은 정부들의 평균 부채가 GDP의 39%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치솟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연준의 저금리 기조로 그 부담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이제 서서히 미 정부의 재정적자 이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5.25%~5.50% 범위로 올렸다. 이는 22년래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순이자 지출은 내년 9월 마감하는 2024회계연도에는 745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방위비를 제외한 연방정부 재정지출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위기 같은 시련이 닥칠 경우, 미국의 부채위기는 가속화 될 수 있다는 것.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도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리차드 프랜시스 피치 이사는 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폭동에서 반영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있었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및 국가 기망, 선거사기 유포 등 4개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프랜시스 이사는 "거버넌스 약화와 정치 양극화 심화는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며 "민주당은 너무 왼쪽으로 갔고 공화당은 지나치게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 기본적으로 중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