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홍수정 기자】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던 중 ‘국부 유출’ 논란이 이번 수사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일본으로 건너간다는 것이다.

롯데의 폐쇄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떠오르면서 검찰이 일본롯데그룹의 지분구조 정보가 담긴 내부문서도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일본 36개 계열사 모두 비상장이고 국내 86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8개 뿐이다. 폐쇄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일자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롯데 상장이 이러한 개편 작업의 핵심이었으나, 롯데면세점 로비 관련 비리 의혹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그룹 수뇌부를 향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 일가는 해외계열사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지극히 적은 지분율(신격호 총괄회장 0.1%)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는 해외계열사 지분이 99%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롯데가 벌어들인 이익이 배당금 형태로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상장 시 구주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일본으로 간다는 점이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이다.

공모단계에서 기존 주주 보유분을 시장에서 공개 매각하기로 예정된 ‘L투자회사’4곳의 주식은 총 1365만5000주다. 이들 주주가 호텔롯데가 상장 시 구주 매출로 챙길 주식매각 대금은 최근 예고된 최저 희망 공모가인 8만5000원을 적용해도 1조1607억 원에 이른다.

상장 이후 호텔롯데 주가가 올라 나머지 'L투자회사‘들도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수조원의 국내 증시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3일 재벌닷컴이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주 현금배당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일본 법인들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받은 배당 총액은 1832억3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지분 98.38%를 일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배당금(1204억 원)을 일본 롯데 계열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롯데그룹 측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수준으로 일본에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으나 전체 영업이익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호텔롯데 상장은 예정대로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추진해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