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인영 기자] 지난 10년간 노동계가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현장 사고가 많은 대표적인 건설사 중 한 곳인 현대건설이 이번엔 일용직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와 건설노동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

이 명단에는 대략 3000여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름을 비롯해 주민번호 등 신상이 기록돼 있었다.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안전수칙위반자 현장퇴출제도인 아웃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신상을 관리해 온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아웃시스템은 원아웃, 투아웃, 쓰리아웃으로 나눠져있는데 일용직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현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해당되는 근로자는 현대건설의 현장 200여 곳에서의 출입이 금지된다.

현대건설 측이 내세운 안전수칙위반 기준은 안전모나 안전벨트 미착용, 음주 후 작업 등이 있었다.

문제는 이들의 산재처리 여부도 기재돼있다는 점이다. 산재처리된 노동자들을 현장직에서 퇴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현대건설은 이와 관련해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일용직 근로자가 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후 현대건설에서 산재처리를 한 사례가 있다”며 “이들의 경우 현장 출입이 제한되는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산재처리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만 현장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조치한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또한 “리스트에는 3000여 명이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본사 안전재교육 4시간을 듣고 1000여 명이 구제받아 현대건설 전국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명단의 존재에 대해서는 “현장 안전관리자가 이를 세세히 관리하고 본사 측에서 명단을 다룬다”고 밝히면서도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중대사고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아웃시스템을 통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에서는 명부 존재 자체에 대해 근로기준법 40조에 따라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재 경력자들의 취업을 제한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