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월드경제신문/시사매일] 육상 전문가들은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가장 큰 약점으로 느린 스타트를 꼽는다. 큰 키(196)에 긴 다리가 아무래도 스타트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세계 기록(9.58)을 세울 당시 볼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146초. 전체 8명 중 네 번째로 아사파 파월(0.134초.자메이카)이나 타이슨 게이(0.144초.미국) 등 경쟁자들에 뒤졌다. 리처드 톰슨(0.119초.트리니다드토바고)이 가장 빨랐다.

볼트의 이 기록은 그나마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할 때(0.165초)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것이다. 볼트는 집중적인 훈련으로 스타트의 약점을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볼트는 스타트에서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 천하의 볼트라도 0.1 아래로 줄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칙이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출발 반응 속도가 0.1초 이하로 나온 경우 부정 출발(Flying Start)을 선언한다. 0.1초는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인 한계. 즉 어떤 선수가 0.1초도 안돼 출발했다면 이는 스타트 총성을 듣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예측 출발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1번만 부정 출발해도 실격 처리된다.

‘마린 보이’ 박태환(21)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출발 반응 속도로 유명하다. 0.6초 중반대로 육상 선수들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 이에 대해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수영 선수들은 물에서 달리는 근육이 발달한 대신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순발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의 왕자’ 박태환의 최대 약점은 잠영 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잠영 중 사용하는 돌핀킥이 체력 소모가 큰 대신 자유형에 비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즉 수영에서는 물 속에서 오래 헤엄칠수록 유리한 것이다.

육상 허들에서는 수영과 정반대 양상이 나타난다. 체공시간이 길수록, 즉 공중에 오래 떠있을수록 기록에 불리하다. 얼핏 ‘날아가면’ 더 빠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야구 1루에 갈 때 슬라이딩보다 그냥 달리는 것이 더 빠른 것과 같은 이유다. 때문에 허들 선수들은 최대한 낮고 빠른 자세로 허들을 넘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땀을 흘린다.

<자료 /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