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바로 잡아 달라”는 민원 받아들여지지 않자 위자료 소송

[월드경제/사회] 의료과실 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50대 남자가, “거듭된 민원제기에도 대법원장이 명백한 오심을 바로 잡지 않는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에 사는 K(50)씨는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수술이 잘못됐다며 2006년 12월 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2008년 1월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K씨는 작년 2월부터 청와대, 대법원, 법무부 등에 “대법원의 손해배상 사건의 확정판결은 명백한 오심이니, 원고 승소 판결로 바로 잡아 달라”며 반복적이고 중복된 민원을 계속 제기했다.

그러나 K씨가 보낸 민원들은 소관기관인 대법원 법원행정처(윤리감사관)로 이첩돼 “법률이 정한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대법원 재판에 불복을 신청할 수 없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법적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의 민원회신을 받았다.

결국 K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명백한 오심이니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다수의 민원을 제기했으면, 대법원장은 대법원 재판부에 다시 판결을 내리도록 지시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윤리감사관실로 민원을 이첩시켜 위와 같은 회신을 보내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정신적 고통을 끼쳤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을 상대로 100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1심인 부산지법 민사28단독 강은주 판사에 이어,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강후원 부장판사)도 최근 K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원조직법에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대법원의 직원과 각급 법원 및 그 소속기관의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직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해 사법행정권의 최고책임자가 대법원장임을 밝히고 있을 뿐, 헌법에 의해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관 및 각 재판부의 개별사건의 처리 방법, 결론 등 구체적인 재판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어느 누구에게도 어떠한 지휘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 및 책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고의 청구는 사법행정권의 최고책임자에 불과한 피고에게 대법원 재판부의 구체적 재판권 행사와 관련해 확정판결을 다시 원고 승소 판결로 뒤집도록 지시할 권한이나 책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실제로 원고의 의료과오 소송에서 오판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