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업무상재해 아니다…항소심, 업무상재해…대법원 최종 판단은?

[월드경제/법원] 공식적인 회식에 이은 비공식적인 2차 회식자리에 평소 주량보다 과음해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될까?.

1심 법원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업무상재해로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인 J씨는 2007년 5월 혁신기획실장이 주재로 차장협의회 구성 및 공단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목적으로 회식을 갖게 됐다. 이날 회식에는 혁신기획실장 및 혁신기획실 소속 차장 17명 중 불참사유서를 제출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차 회식 모임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2차로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오후 11시15분께 모임을 끝내고 흩어졌다. 1차 회식비는 공단의 비용으로 지출됐으나, 2차 회식비 8만2000원은 차장 중 1명이 자신의 업무추진비로 냈다.

이날 참석자들은 1ㆍ2차 회식에 걸쳐 전원이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12잔 이상을 마셨는데, J씨의 주량은 소주 1병 정도로서 1차 회식 후 2차 회식 장소로 이동할 때 이미 술에 만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J씨는 2차 회식 후 술에 취해 귀가하면서 이날 오후 11시50분께 자택 앞 2층 계단에서 추락하고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당초 공식적인 회식은 1차 모임만 예정돼 있었고, 2차 회식은 예정에 없었다.

사고를 당한 J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했으나 “퇴근 이후 발생한 재해로 업무수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9월 사망했다.

◆ 1심 “2차 모임은 사적인 친목 모임으로 강제되지 않아”

이에 대해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함종식 판사는 지난 1월 J씨의 처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함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1차 회식은 혁신기획실장 주도로 이뤄졌고 회식 내용이 다음날 공단에 보고됐으며, 불참사유서를 받는 등으로 참여가 어느 정도 강제됐고, 비용도 공단의 업무추진비로 지출됐으므로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함 판사는 그러나 “2차 회식은 당초 예정됐던 모임도 아니고 공단에 보고된 바도 없으며, 회의내용은 1차에서 대부분 종료된 상태에서 2차 회식은 직원 상호간의 친목 도로를 주된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여 참여가 강제돼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2차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식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2차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술에 만취돼 자택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사업주의 지배ㆍ관리를 벗어난 사적 모임인 2차 회식에서의 음주 또는 개인의 부주의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J씨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J씨의 요양승인신청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 항소심 “2차 모임은 1차 회식의 연장으로 봐야”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3행정부(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는 지난 8월20일 망인 J씨의 유족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제의 2차 회식은 1차 회식에서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혁신기획실장을 포함한 1차 회식 참석자 전원이 바로 옆 장소로 옮겨 모임을 가진 점 등에 비춰 볼 때, 1차 회식의 연장이었다고 볼 것이지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모임의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2차 회식도 1차 회식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이 회식에서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 주된 원인이 돼 계단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2차 회식의 성격을 사적인 모임의 성격으로 보더라도 망인은 1차 회식에서의 음주로 인해 이미 만취상태에 이르렀고, 그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역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가 망인의 사건에 대해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