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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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 (재)파이터치연구원 연구원
이세진 (재)파이터치연구원 연구원

[월드경제=이세진 (재)파이터치연구원 연구원] 바둑은 고도의 사고를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이런 인식은 깨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무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장부가 도입돼 세무사들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자동장부가 세금서비스 비용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단비’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자영업자가 세무대리인(세무사)을 통해 세무신고를 할 경우 세무서비스 비용은 평균적으로 월 10만원이다. 그러나 자동장부를 통해 자영업자가 직접 세무신고를 하면, 평균적으로 월 2만원 소요된다. 80%가 절감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무서비스 비용이 크게 하락하면, 납세의 의무를 지키려는 자영업자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이지샵’ 같은 자동장부 프로그램은 세금 납부를 보다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영업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해주는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자동장부 서비스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속한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에서 자동장부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국내총생산(GDP), 소비, 사회후생 등의 거시경제적 지표가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영업자수도 늘어나는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된다. 이런 파급효과가 발생되는 주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자동장부를 도입하면, 세무서비스 가격이 하락해 자영업자의 수입이 늘게 된다. 늘어난 수입은 일반재와 자영업재에 대한 소비를 증가시켜 상기와 같은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자동장부를 도입하면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실 납세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장려해야 한다. 자동장부 활용을 보다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금신고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동장부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장부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에 대한 별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자동장부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용 세무처리기준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세무처리기준이 복잡하면, 자영업자가 자동장부를 통해 세무신고를 하는 것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세무처리기준을 활용한 자동장부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지만, 보다 폭넓게 자동장부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가 쉽게 자동장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영업자용 세무처리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자영업자수는 5,715천명이다. 규모 측면에서도 상당하기 때문에 자체 세무처리기준을 고려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