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가상화폐 광풍 이대로 둔다면 정부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 피하기 어렵다
【社 說】가상화폐 광풍 이대로 둔다면 정부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 피하기 어렵다
  • 월드경제신문
  • 승인 2021.04.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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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23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물론 도지코인도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오는 9월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한 여파라는 분석이다. 이 발언은 오는 9월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 계좌 사용 의무화를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은 위원장은 또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에는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관심 갖고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를 금융 투자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는 실체가 존재하는 엄연한 경제 활동이다. 투자자가 200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다. 거래 규모는 주식시장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거래금액은 14862770억원에 달했다. 655474억원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무려 22배 넘게 늘어났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200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하루 평균 19조원을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이러니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주식시장을 진즉에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광풍(狂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정부가 투자자 보호는 나 몰라라 하면서 세금만 거둬간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가상화폐 문제는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할 때까지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혼란이라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유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선전 등 여러 도시에서 디지털위안화를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이미 우리 경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거래 규모가 주식시장을 넘어선 마당에 그냥 놔두기에는 경제적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금 세탁이나 마약 거래와 같은 범죄 관련 자금 흐름 차단을 위해서라도 팽개쳐 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근 유엔은 북한이 우리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수백억원을 털어갔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서울시가 세금 체납자들의 가상화폐를 압류하자 체납 세금을 즉시 납부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물론 가상화폐를 둘러싼 작금의 현상은 비정상적이라 할 만큼 과열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둔다면 후과(後果)가 어찌될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온 나라가 투기 광풍에 휩싸이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는가. 최근 들어 새로운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그런 만큼 가상화폐 광풍을 이대로 두는 건 정부의 책임 방기(放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투자자들도 가상화폐에 대해 옥석을 가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떠한 기술이든 도입 초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상화폐도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지만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시행착오라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을 법과 제도를 통해 부작용을 줄이며 우리 경제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는 결국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이제 정부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부작용만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