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이현수 기자] 지난 한달 세계 경제계 최대 이슈중의 하나는 샘 올트먼의 퇴진과 복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속보가 이어지며 스파이 영화를 찍는 것처럼 진행된 긴박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그의 거취가 앞으로 AI 시장의 판도를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였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X.AI가 최근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공모를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X.AI는 지난 3월 머스크가 그의 가족 재산 관리인 재러드 버챌과 함께 네바다주에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X.AI는 오픈AI의 챗GPT, 구글 바드, 앤트로픽 클로드 챗봇 등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으나 샘 올트먼과의 갈등으로 2018년 떠난 바 있다.

오픈 AI를 표방하면서 이윤추구에 함몰되었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그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머스크가 돈 버는 사업이 싫다는 것은 개그 소재로나 쓰일 말이다.

머스크는 “이미 어떤 직업도 필요하지 않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AI의 미래를 예고하기도 했다.

모든 산업에 걸쳐서 AI의 파괴력은 상상초월, 예측불허다.

2000년 인터넷이 열리고 2010년 모바일 스마트폰의 출현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는 컴퓨터 사양처럼 머물러 있지 않고 갈수록 진화해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변화는 금융권이다. 

AI 은행원 출현은 가시권에 들어섰다. 이르면 내년에 안방에서 AI와 대출 상담을 하며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AI는 자산관리·금융자문 분야에서 개개인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미 로보어드바이저는 다이렉트인덱싱과 결합되어 개인별 맞춤형 펀드를 만들어 준다.

이게 아직은 낯선 그림이지만 사회 곳곳의 서비스 직종에서 시작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 스마트폰이 익숙하듯 빠른 시간내에 당연한 풍경이 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은행들이 AI를 업무에 도입할 경우 연간 최대 3400억달러(약 446조원)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월가는 이미 전문 은행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골드만삭스는 단순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는 코딩 업무에 AI를 적용했으며, 씨티그룹은 1000쪽 분량이 넘어가는 새로운 자본 규제를 분석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금융쪽에서 이런 생성형 AI 도입이 빠른 이유는 당연히 스마트폰 보급률 때문이다.

금융뿐만이 아니다.

포천지에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92% 이상이 챗GPT를 사용한다. 

모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AI의 블랙홀이 언제 인식의 항구에 도달할지 망원경만 들여다보는 세상이 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그만큼 문제도 발생한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일자리다. 

전통적인 기준의 육체노동자인 블루컬러보다 고소득·고학력 근로자는 AI 영향에 무방비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취업자 중 12%에 해당되는 약 341만명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한은은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한가하게 AI 시대의 부작용이나 따질 때가 아니다.

세계 전문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AI 전문 인력은 바닥권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의 대처와 대응력은 셰계 정상급이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민간의 초거대 AI 개발 고도화를 지원하는 기술·산업 인프라 확충과 초거대 AI 산업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혁신 제도·문화 정착 등의 전략을 발표했다. 

9월에는 대통령 주재로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행사를 개최해, 전 국민 AI 일상화를 위해 2024년까지 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정도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가 된 것일까. 

그 대답 역시 AI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