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이현수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한국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31일 지난 4개월 동안 중국 기업들과 한국의 파트너들은 한국 내 5개의 배터리 공장 신설에 5조1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업체인 닝보 론베이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는 지난주 한국에서 공장 설립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배터리용 삼원계 전구체 약 8만t을 생산하게 된다.

이 회사 측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IRA 법상 핵심 광물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SK온이 중국 기업과 손잡고 전구체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 중국 저장화유코발트는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중국 CNGR과 2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설비를 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배경엔 미국 정부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배터리 원료를 사용해야 IRA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인 셈이다.

실제 포드는 지난 2월 중국 CATL과 기술 협력을 통해 35억 달러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및 배터리 재료 공급망을 지배하며 전구체 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기차 셀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에 공급되고 있으며, 이들 한국 회사는 다시 GM과 테슬라, 폭스바겐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에 제공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이 줄어들길 원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일부 중국산 부품이 포함될 수 있도록 로비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과 중국기업들의 제휴 움직임에는 우려와 함께 긍정적인 기대가 함께하고 있다는 분석도 전했다.

미국이 언제든 IRA 세금 혜택에서 이들 합작 투자를 제외할 수 있어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기업과의 제휴가 위험할 수 있지만, 한국 내 분석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이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결국 전기차 생태계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 한중 협력을 금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