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강한 자가 오래간다."와  "오래간 자가 강한자다."라는 말이 있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다른 의미를 가진 2 문구에 호응하는 사람은 양분된다. 하지만 2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자동차로 치면 현대차 그랜저가 그런 모델이다.

성공해야 탈 수 있는 차.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국민차. 그랜저는 성공하면 타야하는 차로 알았고 살 수 있는 차였다. 소비자가 그렇게 생각했고, 현대자동차가 그렇게 말해왔다. 

개인적으로 지금 현대 그랜저를 타고 있지만, 정말 잘 만들었고 만족도가 높은 차이다. 요즈음 말하는 하차감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운전하는 맛도 확실히 있는 편안한 차이다.

그래서 그랜저는 1986년 최고급 세단으로 출시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고급 세단의 명성을 이어오면서 '성공의 아이콘'이자 국민대표 세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6년 만에 풀체인지한 신형 그랜저를 2022년 11월 14일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를 출시했다. 지난 36년간 그랜저가 쌓아온 브랜드 헤리티지 위에, 시장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첨단 신기술과 디테일을 더한 디 올 뉴 그랜저를 시승했다. 

대담한 존재감과 이에 걸맞은 혁신적 신기술로 빚어진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이야기를 시승기로 풀어보겠다.

지난 2월 22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발표한 '2023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그랜저가 선정됐다. 디 올 뉴 그랜저는 NVH 항목 9.33점(10점 만점) / 계기 조작 편의성 항목 9.18점 / 핸들링 및 주행 감성 8.90점 / 가속 성능 8.47점 등 전체 평가 항목에서 고르게 우수한 점수를 기록하며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그랜저는 소비자들이 구입하려고 하여도 대기시간이 여전히 1년 여를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이다. 전문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기다려서라도 받고 싶은 세단이다.

이런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6년만에 풀체인지한 모델다운 디자인이 첫번째 이유이다. 그랜저는 세대와 취향, 기술과 감성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어디에 반영했을까 유심히 봤을 때 최근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약간 난해하기도 하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춘 모델은 확실하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Seamless Horizon Lamp)’는 DRL과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 기능이 통합된 단절감 없는 일체형 구조로 개발됐으며 고급스럽고 강건한 이미지의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화를 이뤄 강력한 인상을 자아낸다.

그랜저 차체는 이전 모델 대비 45mm 길어진 5,035mm의 전장을 비롯해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을 각각 10mm, 50mm를 늘리며 가장 아름다운 비례를 갖춤과 동시에 넉넉한 공간성까지 확보했다.

전면부는 차별화된 고급감으로 플래그십 대형세단의 디자인 정체성과 웅장한 존재감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측면

부는 2895mm에 달하는 동급 최장 휠베이스와 롱 후드의 완벽한 비례감을 선사한다. 특히, 프레임리스 도어와 플러시 도어 핸들을 결합한 수평적 원라인의 사이드 바디로 우아한 대형세단의 기품을 발산한다.

후면부는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램프와 함께 볼륨감이 강조된 디자인을 통해 전면부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한껏 풍부하게 매듭짓는다.

전체적인 비율이 균형잡혀서 고급스러움은 배가 된다. 하지만 정면과 측면, 후면 디자인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반대로 여러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느낌도 있지만 잘 균형잡힌 차체와는 다르게 디자인의 개성이 강하다.

이런 다채로운 면이 최근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인 점도 있어서 차별화된 전용 디자인과 사양을 갖춘 캘리그래피 트림을 구성해 남다른 고급감을 원하는 고객의 취향도 고려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의 장점은 명확해 보인다.

실내 디자인도 특색이 강하다. 현대자동차라는 점을 살짝 숨긴 듯한 대한민국 전통디자인의 특징인 여백과 같은 미도 느껴진다.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의 실내를 △인체공학 기반의 슬림화 디자인 △버튼 최적화 등으로 사용 편의성을 제고하고 △넓은 공간감의 군더더기 없는 고품격 감성 공간으로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실내 전면의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한 디스플레이는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콘트롤러와 조화를 이루며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뽐낸다.

스티어링 휠로 이동한 컬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을 일치시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여유로워진 콘솔부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여준다. 실제로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가 적용되어 운전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은 중앙부 혼커버에 운전자의 차량 조작 및 음성인식과 연계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을 적용해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해준다. 외형디자인에서 찾을 수 없었던 그랜저 헤리티지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요소이다.

또한 크래시패드 가니시부에 적용된 ‘인터랙티브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드라이브모드, 음성인식, 웰컴∙굿바이 시퀀스 등 각 시나리오 별로 다양한 색을 발산해 마치 탑승객과 차가 항상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더해주고 한층 여유로운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의 헤리티지 위에 한국적 이미지를 얹어 친환경 기술과 고급스러운 감성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컬러와 소재를 적용했다.외장 컬러는 전통공예인 방짜유기와 자연의 대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 브론즈 매트와 밤부 차콜 그린 펄 등 두 색상을 대표 컬러로 개발했으며, 이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에 적용된 티탄 룩 크롬과 조화를 이뤄 그랜저의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고급감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준다.

이 색상과 소재가 매우 고급스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인테리어는 거의 흠 잡을 요소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세대를 다 아우를 수 있을 스타일이다. 

특히 내장의 경우 한국적 패턴을 가미한 나파 퀄팅과 가죽 소재는 리얼 우드 및 알루미늄 내장재와 어우러져 유려한 스타일로 완성되어 멋스럽다. 그랜저의 내∙외장 곳곳에는 △항균처리된 인조가죽 △천연염색이 적용된 나파가죽 △친환경 안료 컬러 등 지속가능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친환경 가치까지 고려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의 고민이 제대로 느껴지는 요소이다.

실내외 디자인은 기존 그랜저와 차이점을 보이고, 확실한 매력을 보인다. 첫눈에 반할 요소도 다분하다. 그런데 디 올 뉴 그랜저 출시 약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수입 세단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춘 미래 지속가능성, 혁신 편의기능이라고 한다.

실제로 운전해보면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본인들의 브랜드가 아니라고 여기고, 현대 플래그십으로 '그랜저'를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보인다. 대표적인 부분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그랜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를 최초로 탑재하고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의 자동차로서 완전히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카페이와 연계해 세계 최초로 실물 하이패스 카드 없이 유료도로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 hi-pass(하이패스)’를 적용하고, 스마트폰처럼 화면 상단을 쓸어내려 사용자가 즐겨 찾는 메뉴를 사용할 수 있는 ‘퀵 컨트롤’을 새롭게 추가했다.

현대자동차는 그랜저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적용 범위를 기존 핵심부품 뿐만 아니라 주요 편의기능까지 대폭 확대했다.이로써 고객은 서비스 거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돼 차량을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높은 잔존가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현대자동차가 가장 잘 하는 요소이고, 수입자동차와 비교해도 가장 경쟁력이 높은 요소가 아닐까?

그랜저는 이를 포함해 △빌트인 캠 2 △디지털키 2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등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첨단 기술들이 적용됐다. 그랜저에 최초로 적용된 빌트인 캠 2는 △초고화질 QHD 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하고 △음성녹음 △대용량 외장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 지원 △블루링크 앱을 통한 손쉬운 영상 확인 △내장 Wi-Fi를 통한 스마트폰 영상 확인 등 다양한 기능들을 보강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디지털 키 2는 운전자가 스마트키 없이 스마트폰을 지니고 차량으로 다가서면 아웃사이드 도어핸들이 자동으로 돌출되며 탑승을 편리하게 도와주고, 시동도 걸 수 있다. 운전자 프로필과 연계한 맞춤형 설정도 가능하다.

또한 지문 인증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전 등록된 지문을 인증하는 것만으로도 출입부터 시동까지 가능하고, 카페이 전자결제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디지털 키 2와 마찬가지로 운전자 프로필 연계도 지원한다.

여기에 한 차원 높은 안전기술로 완성된 정숙성과 거주성 또한 그랜저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그랜저는 △노면 소음 저감 기술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 △이중 접합 차음 유리 △도어 3중 실링 구조 △분리형 카페트 △흡음 타이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 릴렉션 컴포트 시트 △뒷좌석 리클라이닝 시트 & 통풍 시트 △뒷좌석 전동식 도어 커튼 △E-모션 드라이브(E-Motion Drive) 등 탑승객을 고려한 혁신 기술을 총망라했다.

그랜저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계측해 실시간으로 역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노면 소음을 상쇄하는 ANC-R과 전 사양에 흡음타이어와 분리형 카페트를 적용해 주행 중 발생하는 투과음과 공명음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그랜저를 왜 이렇게 기다리는 지? 기다려서라도 구매하려는 모델인지 이해할 수 있는 요소는 정말 많다. 정말 잘 만든 자동차였다. 다양한 수입차를 경험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 로고가 아닌 BMW, 메르세데스 벤츠였다면 값이 배로 더 올라갔을 건 자명한 부분이다.

이제 끝으로 그랜저를 평하며 마무리 하겠다.

그랜저의 실내공간은 패밀리카로 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을 가진 세단이다. SUV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져도 정숙한 실내공간을 그리는 소비자가 아직은 더 많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편의장치까지 고려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많지 않다.

이제는 '성공의 아이콘'은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요소에서 필수요소로 바뀌었을 뿐....40대 이상의 안정적인 이미지와 실제로 편하고 안정적인 차를 원한다면 현대 그랜저를 꼭 시승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