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불과 십 여년전까지만 해도 SUV 모델의 디자인은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런 고정관념에 가장 부합하는 국내 모델은 현대 갤로퍼, 쌍용 코란도, 기아 모하비와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다.

지방에서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이런 스타일의 SUV 모델을 선호하시고, 실제로 위 모델들 순으로 모델을 구입하시다가 지금은 캐딜락 XT5 모델에 정착하셨다.

SUV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와 당시 국내 모델 대비 강력한 퍼포먼스는 사업하시던 제품을 적재공간과 트렁크 공간에 항상 채워다니시던 아버지에 딱 맞는 모델였다.

이런 오랜 경험에서 가장 애정하던 모델은 기아 모하비였다. 실제로 모하비 단종설이 나왔을 때 가장 아쉬워하고 기아 브랜드에 서운한 마음까지 생긴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자동차는 사업용으로 사용하셨기에 많이 운전할 기회가 없었지만, 고유의 승차감과 좋은 힘에 비해 뻗어나가는 가속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단편적인 기억으로 아버지의 모델에 좋은 기억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장 애정하던 기아 모하비에 대해서는 뭔지 모르는 애뜻한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 시승은 그런 마음에서 아버지가 애정하던 모하비의 느낌을 잠시라도 느끼고 교감할 수 있길 바라며 기아 2023 The 모하비을 시승해봤다.

기아는 지난 1월 7일 프리미엄 대형 SUV 모하비의 연식변경 모델 ‘The 2023 모하비(이하 모하비)’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하고 있다. 기아 브랜드 관점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판매하는 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판매 부진도 계속되고 있어 브랜드 내부에서는 고민도 많다고 한다.

기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하비 판매량은 2208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카니발(1만1306대), 쏘렌토(1만5277대), 스포티지(1만3155대), 셀토스(1만1272대)등이 모두 1만대 이상 판매된 것과 비교된다.

국내에서 인기가 예전같지 못 한 이유는 명확하다. 모하비에 기대하는 소비자의 기준에 부족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2008년 첫 출시 이후 부분변경만 2차례 있었다.

물론 이런 부분이 감성적인 요소로 다가와 아재감성을 충족하고는 있지만, 이런 부분만으로 판매가 이뤄지기에는 현재 국내 시장에는 선택할 수 있는 뛰어난 경쟁모델이 너무 많다.

그래도 이번 모하비에 다행인 점은 기존 모델에 비해 개선된 승차감이 다소 위로가 된다. 이 모델은 주요 부품을 개선해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확보하고,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안전사양과 편의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실제 운전했을 때 과거 느꼈던 승차감보다 개선된 요소가 느껴지지만 여전히 특유의 떨림과 아쉬운 가속감이 있다.

이번 부분변경한 모하비는 바디(차체)와 프레임(골격)을 연결하는 ‘샤시 프레임 마운트’의 강성을 높이고, 노면 충격과 진동 완화를 위해 서스펜션에 성능이 향상된 쇽업소버(shock absorber)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바디와 서스펜션의 일체감을 최적화해 험로 주행 시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확보했다.

여기에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적용했다는 다양한 편의사양은 눈여겨 볼 요소이다. 반대로 플래그십 SUV에 이런 기능이 없다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모하비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겐 이런 소통도 선택의 이유가 되는 거 같다.

대표적으로 적용된 기능은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해 차량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제동하는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애프터 블로우 등 안전 및 편의사양을 기본화 했다.

이 중에서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는 창문으로 들려오던 풍절음과 잡소음이 확실히 차단되며, 최근 자동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독립적인 공간으로써의 가치를 올리고 사운드 시스템을 보다 집중해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기아 모하비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하비 모델의 재구율이 의외로 높다는 기사를 접했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변모한 모하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하비의 디자인은 량 전면부와 스티어링 휠 등에 신규 기아 엠블럼을 적용해 기아 RV 라인업에 브랜드 정체성을 완성했으며, 신규 실내 색상 ‘테라코타 브라운’과 ‘토프 그레이’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하비를 선망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요소를 살리면서, 기아 패밀리룩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진다.

강인하면서도 강렬한 큼직한 디자인요소와 각진 네모 속에 세련된 라인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오프로더로서의 매력은 확실히 느껴진다.

여기에 디자인 특화 모델 그래비티는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 등 실외 주요 장식에 블랙 유광 소재를 적용하고 블랙 우드그레인 장식으로 실내를 마감하는 등 블랙 컬러 적용 범위를 확대해 더욱더 강인한 인상을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초기 모델 당시에는 판매하던 가솔린 모델은 현재도 없다. 2016년 부분변경 이후 디젤 모델만 판매하고 있는데,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강화된 유로6 RDE(Real Driving Emission) STEP2 기준을 충족시키는 V6 3.0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강화되는 친환경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의무 적용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On Board Diagnostics) 시험 기준의 강화 요건도 만족할 수 있도록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추가했다.

페달 하단부가 차체 바닥에 고정된 오르간 타입 엑셀 페달을 장착해 운전 편의성을 높였고, 운전자 체형에 맞춰 스티어링 휠, 아웃사이드 미러 등의 위치를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스마트 IMS, Intergrated Memory System)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적용되어 있다.

상품성 변경인 모델답게 큰 변화는 없지만 고유의 승차감을 상쇄하면서 동승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모델로 진화된 정도의 변화가 느껴졌다. 물론 모하비를 선택한 오너라면 여전히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의 투박하지만 정통 SUV만의 매력에 꽂혀 모하비는 이렇게 타는 차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이번 모하비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플래티넘 4958만원 △마스터즈 5493만원 △그래비티 5871만원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선택할 일은 없을 거 같다. 

강렬한 디자인에 대한 향수로 구입하기에는 시대가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 모하비의 상품성은 안타까움이 컸다. 반대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디자인과 퍼포먼스가 극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받는 기아의 고집과 뚝심은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