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 스토리가 많은 브랜드와 상품에는 다양한 수식어와 별명이 붙는다.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에도 100년 가까운 역사 동안 수많은 별명이 붙어 있어 ‘별명부자’로도 불린다.

대표적으로 막힘 없이 신나는 고급차라는 의미의 ‘카리오카’(1930년대 남미에서 유행한 춤이름)라 불린 ‘PV36’, 장점이 많아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의 ‘아마존’으로 불린 122S(1959년) 등 수많은 자동차 모델에 재미있는 별명이 붙어 있다.

국내에서도 볼보는 재미있는 별명이 새롭게 만들어 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연 1만대 이상 팔리는 브랜드가 된 상황을 빗댄 ‘이미지킹’과 인기모델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공급을 빗댄 ‘1년 대기차’ 등 볼보를 애정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다양한 별명과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카스토리에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없어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은 ‘볼보’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최고 인기모델인 XC60에 대해 알아본다.

볼보 브랜드는 1926년 7월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아서 가브리엘슨(Assar Gabrielsson)과 당시 최대의 볼베어링회사인 SKF(Svenska Kullager-Fabriken)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슨(Gustaf Larson)의 식사 자리에서 만들고 싶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하던 바닷가재를 떨어트렸다고 한다.

이때 바닷가재가 깨지지 않고 멀쩡한 것을 보고 바닷가재처럼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어 볼까요?’라고 구스타프손이 말한 것이 ‘볼보’ 브랜드의 시작이다. 당시 식당의 냅킨 뒷면에 자동차의 차대를 처음으로 디자인하고, 미래에 만들 자동차 계획을 구상하면서 브랜드가 구체화됐다고 한다.

볼보의 엠블럼인 아이언마크와 회사이름도 베어링회사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슨의 영향을 받았다. 아이언마크는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모양이고, 볼보(Volvo)라는 회사 이름은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I roll)'는 뜻으로 '구름 베어링'이란 부품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여기에 스웨덴 철강산업의 수호신 '마르스(Mars)'의 상징인 아이언마크는 스웨덴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모양인데, 매서운 추위로 악명 높은 스웨덴의 날씨 속에서도 볼보가 안전하게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이렇게 탄생한 볼보는 사업을 글로벌화 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보다는 스웨덴 현지에 최적화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성장해왔다.

볼보자동차의 기업이념이 안전에 중점을 두고 안전(Safety), 품질(Quality), 환경(Environment)이 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안전에 관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1944년 이중접합 방식의 안전유리를 개발했고 1949년부터 업계 최초로 차체 안전도 검사를 시작했다.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최초로 개발하여 안전 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 3점식 안전벨트는 아마존이라 불렸던 볼보 122S에 처음으로 장착되었고, 이후 다른 차종으로 장착을 확대하며 볼보 = 안전이라는 공식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1964년에는 충돌에 의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뒤를 바라본 상태로 장착하는 후면방향 어린이 안전시트, 1976년부터 사내에 교통사고 조사팀 설치, 1984년 급제동 방지 브레이크,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차량의 측면 충격에 대비한 사이드에어백과 측면보호 시스템(SIPS)을 선보였다. 1997년 내놓은 커튼형 에어백과 경추보호 시스템도 볼보가 처음이다.

이 밖에도 2000년대 들어서는 능동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2006년 개발한 저속추돌 방지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는 시속 30㎞ 이하의 속도로 달리다 장애물과 충돌할 위험이 발생하면 차가 스스로 이를 감지해 멈추는 기능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에 적용해 '알아서 멈추는 차'란 또 다른 별명을 얻게 됐다.

이런 다양한 안전 관련 기술과 특허는 지금의 볼보를 발전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볼보의 첫 자동차는 승용차 형태의 ‘야곱’였다. 강력한 차대, 활축 그리고 긴 원통형 스프링을 앞뒤로 장식하는 미국식 디자인을 기초로 한 4기통 엔진 모델로 최고속도 90km/h, 순항속도 시속 60km/h를 기록했다. 1928년 4월에는 야곱보다 길이와 폭을 늘린 6기통 모델 ‘PV651’을 출시했는데, 볼보가 진출하길 희망했던 택시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 판매도 순조로웠다. 

이 후, 안전을 중시한 브랜드답게 소형트럭과 구급차 등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볼보의 ‘안전’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4년에 어려워진 스웨덴 경제상황을 고려해 소형자동차 PV444를 출시하며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다.

PV444는 세계 최초로 라미네이트 처리된 비산방지 자동차 유리를 선보이고 비포장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를 통해 생산기간 22년 동안 약 44만대 판매를 기록하며 볼보가 국민브랜드로 자리잡는데 큰 공헌을 한다.

내실을 다진 볼보는 1974년 볼보 240/260 시리즈가 생산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안전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던 시기인 197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 미국에서 볼보 모델이 높은 판매를 기록하게 된다.

그 이유는 미국의 고속도로안전공사(NHTSA)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정하기 위하여 볼보 240을 상당히 많이 구입해 그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다. 이후 볼보는 신규모델 볼보 343을 출시했고, 이는 볼보가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

볼보의 역사는 순풍만을 탈 것처럼 보였지만 2000년을 한 해 앞둔 1999년 미국의 포드에 승용차 부문이 인수 합병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포드와의 합병 이후 볼보는 기존의 투박한 옷을 벗고 유선형의 디자인을 접목하고, SUV와 크로스오버 라인업인 크로스컨트리(XC)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볼보 XC 시리즈는 현재 XC40과 XC60, XC90으로 이루어졌다. XC90은 2001년 볼보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한 ‘볼보 어드벤쳐 콘셉트’를 베이스로 개발해 2002년 첫 선을 보인 미드사이즈 럭셔리 크로스오버 SUV다. 볼보 S80과 플랫폼을 공유하며, 2007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SUV XC60은 2008년 양산모델이 출시돼 볼보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잡았다. 출시 당시 랜드로버는 포드 산하의 브랜드였고 XC60 모델은 랜드로버 프리랜더와 무척 유사한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XC60의 Y20 플랫폼은 프리랜더의 플랫폼을 변형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진일보 할 수 있었다.

현재 볼보 XC60은 전 세계 중형 프리미엄SUV 시장에서 벤치마커로 자리하면서,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플래그십 90 클러스터와 같이 SPA (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고, 첨단기술과 장인정신이 결합된 편안함과 안전기술, 주행성능을 기반으로 유럽 프리미엄SUV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모델인 XC60 B6 AWD Inscription(인스크립션)이 가장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저마찰 엔진기술과 혁신적인 엔진 관리시스템, 커먼 레일 직분사 및 통합된 전기식 슈퍼차저, 터보기술 등이 결합된 B6 엔진을 통해 모든 속도에서 엔진의 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됐다.

또한 2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아 공영 및 공항 주차장할인, 남산 1, 3 호터널 등 혼잡통행료면제(지자체별상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영국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 스웨덴 오레포스(Orrefors)의크리스탈 기어 노브, 어드밴스드 공기청정(Advacned Air Cleaner) 시스템, 안전의 노하우가 집약된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등의 기능이 기본으로갖춰져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자동차라는 희한한(?) 별명을 얻었다.

볼보는 2010년 포드에서 중국의 지리자동차로 18억 달러에 매각되며 많은 자동차 전문가와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중국 소작농과 결혼했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브랜드 인수에 놀라움과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볼보는 독립된 브랜드로 지리자동차와 다른 시장에서 새로운 판매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볼보 브랜드는 ‘안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다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볼보가 꿈꾸는 안전은 단순히 이동물체(자동차)로써의 안전을 넘어 우리 생활 자체의 안전까지도 그리고 있다. 볼보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의 안전은 무엇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