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이 대기업들에게 청년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임원(CHO) 간담회자리에서였다. 그러나 재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환경 조성에는 미온적이면서 청년 채용만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고용노동 정책과 관련한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청년고용 문제 해결과 최근 제도개선 사항의 현장 안착을 위한 방안을 기업들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계에서는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 26명 등이 참석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청년 실업이 심각하니 어떻게 해서든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였다. 그런 자리에서 재계는 정부에 호응하기는커녕 일자리를 늘릴 테니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달라고 역제안을 한 셈이 됐다.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청년시기 고용문제는 생애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소중한 인적 자원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기성세대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중심이 돼 청년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직무역량 강화일 경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경영계와 협업해 청년들이 원하는 기업주도의 훈련일 경험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겠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것저것 내세워 청년 고용을 늘려달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손경식 경총 회장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핵심 규제 완화와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해고자실업자 노조 활동 허용한 개정 노조법, 보완 없는 주 52시간 확대, 기업과 경영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중대재해법 등 최근의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규제 완화 없이는 더 이상의 고용 창출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확대경제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청년채용특별장려금을 통해 올해 신규 채용한 만 34세 이하 정규직을 6개월 이상 고용할 경우 1인당 월 75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결국 세금으로 임금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 아닌가. 과연 임금 일부를 지원받겠다고 고용을 늘리려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기업들은 일단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항상 순풍 속을 달릴 수는 없다. 때로는 역풍도 불고, 비바람을 몰고 오는 격랑과도 마주한다.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해고가 불가피할 때도 있다. 이것이 제도적으로 사실상 막혀있다면 어느 기업이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려 하겠나. 그야말로 최소한의 필요 인력 채용 이외에는 망설이게 될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이런 상식이 우리 기업들에게는 돌파할 수 없는 난제(難題)로 작용하니 신규 채용에 나서길 꺼려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도 국민과 기업이 내는 세금이다. 고용과 세금과 예산 집행이 선순환을 이루려면 기업이 제대로 경영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된 국민은 복지라는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청년 채용 늘리라 한다고 기업이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 이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