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간 감사 수장 맡았던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리더십 도마에
- 민노총 등 농협중앙회 검사국 5명에게 술 접대...4명 3급 간부
- 농협중앙회 관계자 "사실 여부 조사 중인 사안...내용 잘 모른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와 관련 이성희 회장의 리더십과 내부기강 해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와 관련 이성희 회장의 리더십과 내부기강 해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월드경제신문=이인영 기자] 농협중앙회 검사국 소속 감사반원들이 제주 한림농협 감사 기간인 지난달 10~14일 기간 술판을 벌이고 접대·향응 수수 비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 안팎에서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성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고발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과거 7년간 농협중앙회 감사기구 수장을 맡았던 이성희 회장이 이끄는 조직에서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가 터져 나온 것과 관련해 이성희 회장의 리더십과 내부기강 해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 22일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성희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검사국 직원들이 지역농협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접대 및 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성희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 등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검사국 5명은 수감 대상인 한림농협 조합장 등 관계자들로부터 술판을 벌이고 비양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림농협 관계자들은 감사 기간 중 농협중앙회 검사국 5명에게 최소 5회에 걸쳐 식사와 술을 접대했다. 감사반 5명의 모두 4급 이상 책임자들이다. 이 가운데 4명은 3급 간부로 20년 이상 근무경력의 검사국 직원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와 관련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와 관련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민노총 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특히 감사 4일째인 지난달 13일 농협중앙회 감사반 5명과 한림농협 조합장 등 총 13명이 방역수칙 위반 단속을 피하고자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2층에서 근무시간 중인 농협 직원들을 동원해 술과 전복·회·소고기 등 음식을 마련하도록 해 술판을 벌였다.

한림농협 하나로마트는 하루 2100명 이상의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로 알려졌다.

민노총 제주본부 등은 “당시 도내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교가 중지될 만큼 코로나19 지역 내 감염이 급속히 확산,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고객이 가장 붐비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가까이 술판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은 청탁금지법에 따라 향응을 받을 때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대가성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과 징계대상이 된다. 또 ‘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직접 또는 간접을 불문하고 향응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청렴의무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업무추진비(접대비)는 사업(업무)과 관련해 특정한 외부인과의 협의 등 대외활동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해 임직원 회식과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민노총 제주본부 등은 “감사 기간 최소 5차례에 걸친 접대·향응은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농협의 재산을 부당하게 횡령한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5차례에 걸친 접대·향응 과정에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연속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와 한림농협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사건을 은폐·무마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와 한림농협은 반성과 책임 있는 조치를 하기는커녕 문제가 불거지자 하나로마트 2층 술판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했다는 변명과 접대에 사용한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은폐·무마했다”며 “농협의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감사를 해야 할 농협중앙회 감사반원들의 불법적인 접대·향응 수수와 도덕적,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한림농협의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한림농협 조합장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 직후 오전 8시20분 전 직원을 소집해 “점심시간에 맞춰 비양도를 잠깐 다녀왔다. 접대 향응은 아니며 비용을 분담했다. 이런 내용으로 외부에 설명하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직원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 제주본부 등은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상황에도 스스럼없이 수감농협으로부터 매일같이 술 접대를 받았다는 것과 한림농협 조합장이 최근 모 언론에 해명하면서 ‘과거에도 검사국과 감사 기간 소통(술자리)의 시간을 가졌다’고 실토한 것은 이런 사례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심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의 부당한 접대·향응 수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이번 사건과 관련, 정의당 제주도당은 “감사 기간에 피감사기관이 감사기관 관계자들에게 식사와 주류를 제공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에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행위는 엄중하다”며 “감사기관과 피감사기관 사이에 불필요한 자리를 만들어 부적절한 행위가 벌어진 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농협중앙회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수사기관은 위법 사실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이성희 회장은 직원과 국회의원 사찰 의혹으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 1일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 직원 뿐만 아니라 농·축협 조합장, 직원,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에 대한 동향을 파악해 매일 보고 하게 하는 등 위법적 사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