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한국 영화계 도약 기대
【社 說】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한국 영화계 도약 기대
  • 월드경제신문
  • 승인 2021.04.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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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경제신문배우 윤여정이 25(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이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쾌거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또 한 번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을 뚫고 수상했다. 아시아 여배우로는 1958사요나라로 일본 우메키 미요시가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63년 만이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배우인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점에 외신들은 주목했다. 주요 외신들은 윤여정이 아카데미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고 보도했다. 1971년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데뷔한 뒤 사악한 상속녀부터 늙어가는 창녀까지 순응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수십 년간 연기했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 1년여 동안 크고 작은 영화제 등에서 윤여정은 수십 개에 달하는 상을 받았다. 지난 11일에는 ‘2021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당시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외신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인의 아메리칸 드림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나리에는 이혼 후 미국에서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윤여정의 삶 또한 녹아있었기에 세계를 감동시켰을 것이다.

윤여정은 생계형 배우를 자처하면서도 늘 당당했다. 그랬기에 최고의 연기는 돈이 필요할 때 나온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수상 뒤 인터뷰에서 절실함이 연기 비결이라고 한 그녀는 상 탔어도 나는 윤여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식과 위선이 없는 그의 삶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게 만들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국민들에게도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은 모처럼 가뭄의 단비 같았다. 또한 우리 영화계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수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연기라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우리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녀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한다. 또한 우리 영화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