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정부가 22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에 급성파종성뇌척수염으로 팔다리 마비 증상을 겪고 있는 40대 간호조무사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감당하기 힘든 치료비와 간병비로 고통을 받아온 이 간호조무사 가족들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사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 나서면서 부작용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런 점을 놓고 볼 때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보상책이 나올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가 알려진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다. 이 글은 게시되자마자 즉각적인 관심을 끌었다. 청원인이 아내가 급성파종성뇌척수염 판정을 받아 최대 1년 정도 재활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치료비와 간병비가 일주일에 400만원이 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분(公憤)마저 우려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글이 올라온 다음날 직접 지원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가 있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지자체 등의 관계자들이 이 가족을 방문하는 등 부산을 떨더니 하루 만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과 이상 반응 사이에 인과성이 확인되어야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것이 대통령의 지시로 인과성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긴급복지제도를 활용해 치료비나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소득에 비해 의료비가 과도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적용 역시 가능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았으면 이 가족들은 막대한 비용에서 헤어날 가능성이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기보다는 그저 형식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비상시국이다. 백신이 없으면 이 난국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백신 접종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비록 부작용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백신을 맞으려 하겠는가.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백신 접종에 나서지 않겠는가. 그런 점을 감안해 정부도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한 것 아닌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2달이 다 되어간다. 백신 접종이 늘어날수록 부작용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백신과의 인과성을 밝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사례도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과성이 밝혀질 때까지 그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면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과연 가능하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국이라면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세밀하게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번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정부를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이제라도 정부는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해 포괄적인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1년 넘게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고 있는 국민에게 정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