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로 촉발된 국민적 공분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여당이 부당 이익을 소급해서라도 몰수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을 경우 그 이익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몰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이런 강경책까지 들고 나온 것은 최근 LH 직원 등이 3기 신도시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러다가는 당장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대통령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번 소급입법 추진의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여당은 지난 24일 이미 LH 직원 땅 투기에 따른 민심 수습 차원에서 소위 ‘LH 3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에도 소급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소급 조항을 빼고 법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민심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더욱 악화됐다. 극약처방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문제는 소급입법이 헌법과 충돌한다는 사실이다. 헌법 제13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많은 법조인들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소급입법이 위헌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법률이 어떻게 헌법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설혹 그런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그 효력을 상실하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이런 점을 정부・여당이 모를 리 있겠는가.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법률로 국민의 눈을 잠시 가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LH 직원의 부당 이익에 대해 소급입법을 통해서라도 몰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다.

사실 LH 직원 땅 투기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금융사 직원들이 주식 투자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금융사 직원들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내부 정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드러나면 민・형사상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를 이용한 가족 등 제3자도 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이렇게 강력한 처벌 조항이 있기에 금융사 직원들은 주식 거래 자체를 주저한다. 반면 토지 관련 정보는 규제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기 존재하고 있다. LH 직원뿐만 아니다. 토지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도 너도나도 땅 투기에 나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 있었던 일도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넘겼고,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를 알았다면 제대로 고쳐야 한다. 그것이 집권여당의 자세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소급입법이라는 보궐선거용 대책으로 국민들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한다면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위헌 판결 받을 가능성이 높은 법을 제정하겠다는 말은 당장의 소나기나 일단 피해보자는 심리에서 나온 것 아닌가. 설혹 법 제정 후 이들을 재판에 넘겼더라도 헌법소원을 통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러니 국민 눈에는 요령 피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집권여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