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부동산 투기 방지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설 이전에 획기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신년사에서도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바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임기 5년차에 접어든 신년벽두부터 잇따라 사과성 발언을 표명했다.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저금리에다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몰린 것을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인구 감소에도 세대수가 61만이나 증가한 것이 공급 부족을 불러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기존의 투기 억제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부동산 공급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로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그동안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문 대통령 집권 후 4년 가까이 온 나라가 집값 등 부동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그렇다.

사실 부동산 정책은 발표 즉시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부지 마련만 하더라도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수용 여부에 따른 과정이 지난(至難)하다. 게다가 건축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공급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공급은 중장기 계획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그런데 설 이전에 대책을 발표한다면 그것이 현실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지금으로서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수도권, 특히 서울시 내에서 공공 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더 늘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규 택지 개발 등도 주로 공공재개발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부동산을 공급해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는 방식만으로는 문 정부 내내 이어져온 부동산 광풍을 단기간에 잠재울 수 있을지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도 민간의 참여 없이 공공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패한 정책은 땜질식 보완만으로는 국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임기 내에 실현하기 어려운 정책은 더욱 그렇다. 희망을 실망의 나락을 떨어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실망을 희망으로 다시 되돌리기 위해선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심을 일거에 되돌릴 수 있는 획기적 부동산 대책이라면 왜 그동안 미뤄왔나.

세상에 그런 정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책의 성과는 임기 중 실행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야 나타나는 것이다. 설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설 이후 민심이 어디로 흘러갈지가 1년여 남은 문 대통령 임기의 안정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 마련 과정에서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