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가동 …연간 6500기 규모 양산,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물량 확대
중국, 수소 굴기로 2035년 수소전기차 100만대 보급 추진

▲사진 앞 왼쪽부터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유한공사 부총재, 천융 광저우시 황푸구 구장. 사진 뒤 왼쪽부터 오승찬 광저우법인 총경리, 이광국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 총괄 사장, 린커칭 광둥성 상무부성장, 후홍 광저우시 부시장. 

【월드경제신문 김용환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 유럽,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광저우개발구 정부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린커칭(林克庆) 광둥성 상무부성장, 장진송(张劲松) 광둥성 상무청장 등 광둥성 관계들과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총괄 이광국 사장, 현대차그룹 중국 유한공사(HMGC, Hyundai Motor Group China) 부총재 이혁준 전무가 참석했다.

이번 투자계약은 현대차그룹이 ‘수소 굴기(崛起)’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에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수소분야 선두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생산기지 구축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해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에 연간 약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 분야에서 2018년 아우디와의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커민스사와 친환경 파워트레인 공동개발협약을 맺었고, 2020년 유럽 수소저장 기술 업체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출을 시작한 바 있다.

이번 신설 법인은 100% 현대차그룹의 지분으로 설립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12월 법인 설립과 관련해 중국 광둥성 정부와 MOU를 체결한 이후,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시장조사, 생산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작업 등을 거쳐 최근까지 광둥성 및 광저우시와 세부안을 협의해 왔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는 올해 2월말 착공해 2022년 하반기부터 연간 6500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향후 중국 중앙정부 정책 및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 능력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수소전기차, 수소상용차를 비롯해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양산 기술을 앞세워 중앙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수소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자동차 관련 정책 자문기구인 중국자동차공정학회는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차 기술 로드맵 2.0’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자국 내의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와 에너지 절감 차량(하이브리드차, 연비 절감차 등)의 판매 비중이 각각 50%가 돼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이 로드맵에는 2035년경까지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를 누적 100만 대까지 보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포함돼 중국 내의 수소산업 육성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중국의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는 시기로, 중국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수소전기차 기술 발전과 시장 육성을 위해 주요 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열리는 중국의 거대 수소시장에서 초반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도요타는 2017년 중국 장쑤성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한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 내 유력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이화통수소연료전지시스템그룹, 디이자동차그룹, 광저우자동차그룹, 베이징자동차그룹, 둥펑자동차그룹과 연합해 베이징에 연구개발 합자사를 설립했다.

캐나다의 발라드 파워 시스템즈(Ballard Power Systems), 독일의 보쉬(Bosch)와 SFC 에너지(SFC Energy), 영국의 세레스 파워(Ceres Power) 등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에 발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향후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가 들어서는 광둥성은 40여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처음 시작된 곳으로 중국 내 국내총생산(GDP) 순위 1위의 경제중심지이다.

광둥성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둥성 수소연료전지차 산업발전 실시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광둥성 내 산업단지와 연구개발 시설, 유관 밸류 체인 산업기반을 활용해 수소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공개했다.

또한 상용 물류차를 중심으로 선박,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비상전력 시스템 등 다양한 수소사업 시범운영안까지 발표한 바 있어, 현대차그룹의 중국 수소시장 진출 교두보로서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투싼ix35를 양산했으며, 2018년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양산한 이후 2020년 7월에는 글로벌 누적 1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 수소전기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이며, 그 기반이 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광둥성이 추진 중인 여러 수소산업 육성 시범사업에 중국 내 주요 업체들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직접적으로 참여, 현지 법인 설립 초기부터 안정적으로 판매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보급 확대사업이 중국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에서 자율경쟁 체제로 전환될 것을 대비해 대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중국 내 수소산업 관련 전후방 업체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내세워 중국 전역에서 탄탄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도2018년 발표한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에 따라 광범위한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총 7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향후에도 신기술 개발을 통해 고출력 시스템, 경량형 고밀도 시스템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