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행정안전부가 3일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5182만9023명으로 집계돼 2019년말에 비해 2만838명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신년벽두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줄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국가 통계로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감소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그만큼 이번 발표가 무겁게 다가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는 역대 최저치인 27만5815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30만명대로 주저앉은 출생아 수가 3년 만에 30만명 선마저 붕괴된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사망자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30만776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처음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작년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1960년대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나 2040년대에는 일본을 앞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가파른 고령화 속도라면 20년 뒤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현재 세계 1위인 일본마저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왔다. 최근 15년간 만하더라도 200조원에 달할 정도의 금액이 뿌려졌다. 그럼에도 이러한 재정 투입이 제대로 효과를 보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저 저출산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만 내세웠을 뿐이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재정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예산낭비가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그런데도 작년말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서는 예년과 별다른 차이도 없는 대책에 올해부터 5년간 200조원 가까이를 투입하겠다고 한다. 예산만 지속적으로 낭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저출산은 출산 장려금 몇 푼 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먼저 2~30대가 혼인을 하더라도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와 주거 안정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부의 정책으로는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있는데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지 않은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발상만으로는 20년 뒤 ‘초고령 국가’ 현실화를 막지 못할 가능성 또한 높다.

누가 월세만 내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 하겠는가.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다간 국가의 존망을 우려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