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유값과 전기료 인상, 내연기관차 퇴출 등이 포함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안은 지난 1년간 전문위원회·포럼 100여 차례에다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 토론회, 사회 각계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됐다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밝혔다.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강력한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목표로 출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제안에 대해 정부로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과 상충되는 내용도 있어 앞으로 국가 정책으로 전환되기까지 많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전원믹스 개선이 그것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발전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제로로 감축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천명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를 구성하자고 강조했다. 전기요금에 환경비용과 연료비를 반영시키는 원칙도 확립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시기가 언제이냐의 문제일 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또 2018년 현재 휘발유가격 대비 88% 수준인 경유가격을 최대 OECD 권고 수준인 100%로 단계적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수송부문의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아무리 늦어도 2040년부터는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또는 무공해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하도록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것으로 촉구했다.

2019년 현재 우리 석탄 발전량은 전체의 40.4%에 달한다. 여기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2017년 현재 각각 전체의 9.2%, 27.9%나 된다.

반기문 위원장은 이와 관련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 개선 없이는 탄소 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에 동참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과감한 혁신 없이는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을 달성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현재도 안정적 전기 공급 없이는 생활의 불편함은 차치하고라도 경제활동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앞으로 전기는 물과 공기와 같이 생존을 위한 필수재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우선 정책은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는 거리가 멀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태양과 바람이 365일 전력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맞춰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경비용 등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킬 경우 가격 인상은 필연적이다. 우리 산업 경쟁력은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국민은 물론 국가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과학적 접근 없이는 미세먼지 문제와 기후 위기극복에 동참하기란 그만큼 요원한 것이다. 무엇이 장기적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도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