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30일 이상수 노조위원장을 만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 회장 취임 후 보름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만남이다. 지난 2001년 정몽구 당시 회장이 노조위원장과 만난 이후 처음이니 현대차그룹 회장의 노조위원장과의 공식적인 만남은 19년 만이다. 특히 이번 만남은 노조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이를 정 회장이 전격 수용해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자동차업계는 매년 파업의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지금도 기아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 중에 있다. 한국GM은 최근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추가 투쟁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으로 이미 파업권을 확보했다. 지금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은 노사가 함께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자동차 업계는 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화석원료를 내연기관에서 태운 동력으로 움직인다. 이러다 보니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수만 가지에 달한다. 그러니 연관 부품 산업도 엄청나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이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내연기관차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발맞추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하지도 않은 채 우리 자동차 노조는 임금 인상에만 매달려 매년 파업을 반복하다시피 해왔다. 황금알을 낳는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면 더 이상 황금알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는 무분규 타결이 오히려 화제가 될 정도였다.

사실 전기차나 수소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연관 산업에 대한 변화도 뒤따라 올 수밖에 없다. 산업 재편은 필연적이다.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 자금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설혹 투자를 유치한다 해도 결국은 갚아야 할 돈이다.

이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선 노사가 합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생을 위해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노사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어느 한 쪽이 부실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결코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지금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기 상황 아닌가.

이번 현대차 노사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정 회장과 이 위원장은 이 변화의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선 노사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 노사가 이렇게 화합의 행보에 나선 것은 향후 우리 자동차업계 노사관계에 적지 않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대차가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 회사라는 점에서 다른 산업의 노사관계 전반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의 노사화합 행보가 우리 노사관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