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영란 기자

[월드경제신문 이영란 기자]자동차를 시승하면서, 한 가지 원칙은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운전석에 선입견을 가지고 타지 말자. 잘 지키고 있는 지는 솔직히 갸우뚱한 부분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의 자동차이기에 선입견을 가질만한 경험도 정보도 거의 전무한 자동차였다. 하지만, '트럭'이라는 키워드에서 오는 늬앙스가 기존 자동차와 다른 용도의 자동차라는 점과 투박할 지 모른다는 선입견이 약간 생겨 몸과 머리를 백지로 만들고 경험하려고 노력했다.

특정 카테고리의 시장이지만, 현재 쉐보레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인 쉐보레 콜로라도를 약 200km를 시승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쉐보레의 가장 자신있는 세그먼트의 모델로, 1918년에 선보인 원톤(Oneton) 이래 100년 넘게 이어온 쉐보레 픽업트럭 헤리티지를 이어받은 정통 아메리칸 중형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의 본고장이자 시장경쟁이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매년 14만대 이상 판매된 쉐보레의 주력모델 중 하나인 콜로라도는 견고한 풀박스 프레임 보디를 기반으로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와 강인한 견인능력, 편의성과 실용성을 겸비해 오프로드 주행은 물론 도심생활에서도 적합한 다재다능한 모델이라고 쉐보레는 설명했다. 

▲사진=이영란 기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도로에서 확실히 많은 픽업트럭을 볼 수 있었고, 휴양지 괌과 사이판을 방문했을 때에도 렌터카의 많은 부분을 픽업트럭이 차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픽업트럭이 대중적인 자동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모델이다 보니, 미국 본토의 뛰어난 기본기를 갖춘 픽업트럭을 경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여기서 쉽게 만나볼 수 없다는 부분이 국내에서의 시장이 작다는 부분이지 픽업트럭의 영향력이 작다는 부분이 아닌데 이 부분에 대한 오해는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깨닫게 됐다.

3.6ℓ 직렬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쉐보레 콜로라도는 높은 시트포지션만큼이나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첫 악셀을 밟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만만한 모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바로 들었다.

▲사진=이영란 기자

먼저, 외형 디자인보다 파워트레인과 퍼포먼스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어떤 부분보다도 픽업트럭의 첫 이미지는 큰 풍체의 외형이미지보다 한번의 움직임으로 느낄 수 있는 뛰어난 기본기와 편안한 승차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차체길이 5,400mm, 공차중량 2톤 내외의 큰 차체는 대형 트레일러를 견인하더라도 여유있는 출력으로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는 쉐보레의 설명을 한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고 힘이 넘친다. 

능동형 연료관리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을 적용해 견인중량, 주행환경 등에 따른 엔진부하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활성화시켜 연비효율을 극대화해, 도심에서 막히지 않는 구간의 정속 주행만 할 수 있다면 13km/ℓ 이상의 연비도 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평상시에는 6개의 실린더가 모두 작동하지만 고속도로 주행이나 도심운전 중 타력주행이나 정속주행, 내리막길 주행 등의 운전조건에서 4개의 실린더만 작동하고 계기판 클러스터에 이를 표시해 효율적으로 운전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진=이영란 기자

공인연비 8.1km/ℓ(고속연비 9.8km/ℓ, 도심연비 7.1km/ℓ, 4WD기준)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동형 연료관리시스템은 쉐보레 카마로와 캐딜락 CT6에 적용된 기술로, 엔진부하에 따라 일부 실린더의 연료공급을 차단함과 동시에 유압밸브 리프터(HLA)를 제어해 실린더의 작동을 비활성화 함으로써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밸브제어기술은 일반적으로 약5.5~7.5% 가량 연비향상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실운전을 해보면 육중한 체급에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그 이상의 효율이 나오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아마 쉐보레의 특징이자, 콜로라도만의 매력이라고 느낀 부분이다.

강력한 힘으로 편안하게 운행되다 보니, 탑승한 모든 사람들이 불안하거나 불편해할 승차감을 전혀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경험한 콜라로도의 승차감은 대형SUV 중 뛰어난 승차감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트래버스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거나 오히려 세팅이 더 세련되게 잘 되어 있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앞좌석에 함께 탑승한 동승자는 처음에는 버스에 탄 것과 같은 높은 포지션에 약간 불안해 했지만, 운전을 시작한 후에는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을 정도로 차가 편안하고 좋다는 평을 했다. 

동승자가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탔을 때의 느낌을 대변하고 느끼는 승차감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 같다.

픽업트럭으로서의 콜라로도의 특징은 사륜구동시스템인 오토트랙 액티브 4×4(Autotrac Active 4×4) 시스템이 적용돼 노면상황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동급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자식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은 4륜 및 2륜 구동 방식을 운전자가 선택하는 파트타임 4WD 시스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노면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구동 방식을 변환하는 AUTO 모드를 적용해 운전자가 보다 손쉽고 즉각적으로 구동 모드를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콜로라도는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과 더불어 프런트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솔리드액슬 멀티 리프 리어 서스펜션 그리고 오프로드에 특화된 디퍼렌셜 잠금장치를 통해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실제로 강력한 힘을 자제하며 달리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뿐, 온로드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파워트레인 능력으로 운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후륜에 장착된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Mechanical Locking Differential)는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에 따라 차동 기능을 제한하는기능(LSD) 뿐만 아니라 좌우 휠의 트랙션 차이가극도로 커질 경우 차동 기어를 자동으로 잠그는 차동 잠금 기능이 함께 적용돼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트랙션을 유지하는 등 차량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돕는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이 콜로라도를 시승한 뒤의 놀라움은 콜로라도의 제원과 기술서를 확인한 뒤에는 이런 이유로 그랬구나라는 배움과 이해의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두에 말한대로 픽업트럭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상황였지만, 트럭이라는 부분에서 약간 가볍게 시승했다가 매우 상큼한 충격을 받아 너무 극찬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톤 트럭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와는 다른 차원의 모델였고, 쉐보레에서도 비교 자체를 당황스러워 할 정도의 기본기 차이가 큰 모델였다. 덩치가 더 큰 모델이 더 민첩하니 무슨 말을 하겠소...

이번 시승에서 콜로라도의 적재능력과 적재물이 있을 때의 퍼포먼스를 경험하지 못 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삿짐 수준의 짐을 실을 일이 없을까 고민했지만, 현 시국에 콜로라도에 5인 가족이 함께 외부 드라이브 하는 거 외에는 특별히 뭔가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에 적재공간에 무게가 30kg이 안 되는 큰 아이가 올라가 보니, 아이가 움직이고 점프를 할 때마다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의 능력이 일품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트럭의 개폐문 위에 아이가 올라가 무게를 버티는 힘을 보니 30kg 정도의 무게에는 큰 미동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걸 볼 수 있었다.

콜로라도의 적재공간은 1170ℓ으로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또한 최대 3.2톤까지 견인할 수 있어 초대형 카라반을 무리없이 견인할 수 있음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첨단 트레일러링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기존 캠핑카나 카라반을 견인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차량개조(튜닝)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었다.

다음으로 콜로라도 시승하기 전에 궁금했던 부분은 2열을 갖춘 픽업트럭이 과연 5인승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였다. 무늬만 갖춘 2열 픽업트럭이 아니라면 성인 5명 아니라 카시트 3개를 설치한 아이들과의 이동도 가능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2열에 카시트 3개를 설치하면서 바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쓸데없는 고민였음을 알게 됐다. 

물론 카시트를 설치하기 위한 2열의 시트포지션이 높아 설치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2열 공간의 높이나 1열 시트와의 거리가 부족하지 않아 시트에 앉은 아이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았다. 

단, 카시트에 앉기까지의 공간이 아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의 여유는 없어 카시트에 탑승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2열에 시트에 오르기는 조금 높은 위치였지만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 오프로드 사이드 스텝이 문이 있는 4곳에 다 설치되어 올라가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에 꼭 필요한 부분이 조금은 가성비 중심의 자재로 꼼꼼한 마감처리로 잘 정리정돈 돼있다. 아마도 이 차를 구입하는 타겟의 정확한 성향과 특징을 파악해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자동차랑 비교하자면 아날로그 느낌의 디자인이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운전석 중심으로 기능을 활용하기에 가독성도 좋고, 확실히 필요한 기능만 잘 배치되어 있어 나쁘지 않았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의 8인치 디스플레이는 인터페이스 작동 속도도 빠른 편이고 음악을 듣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데 단순명료하고 디스플레이 화질이 좋아 시원시원한 콜로라도 이미지와 잘 맞았다.

그리고, 필요한 추가 기능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서 해결하면 될 부분이라서 부족한 2%에 대한 만족도를 채워줬다. 개인적으로는 USB 포트가 2개 있어 앞좌석에서 편안하게 다른 기기나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뒷좌석도 USB 포트는 2개가 더 있다. 

마지막으로 외형디자인을 간략하게 정리하겠다. 다른 자동차 시승기에는 가장 먼저 말하는 익스테리어 부분이 뒤에 설명할 정도로 콜로라도는 특색있고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자동차였다.

물론, 외형디자인도 주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쉐보레 트래버스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부족할 거 없는 큰 차체에서 오는 시선 강탈 하차감까지 개성이 너무도 뚜렷한 모델였다.

특히, 큰 쉐보레 엠블럼을 중심으로 그릴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큰 헤드램프와 주행등은 주변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일반 자동차에서는 스포츠카에서나 선택할 거 같은 스칼렛 레드와 오션 블루는 큰 차체를 조금은 가볍고 날렵한 이미지로 보완해 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원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시승한 오션블루는 일반 파랑색과는 다른 밝은 하늘빛과 푸른 바다빛이 섞여 반짝이는 색상을 띄어 화려한 이미지까지 들어 너무 좋았다. (얼마전 시승한 캐딜락 XT6도 너무 너무 붉은 색 모델을 받고 싶었던 이유이지만......)

멋진 스타일과는 다르게 할로겐램프의 헤드램프, 17인치의 휠 등은 아쉽지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표현이 있듯 그 모든 부족함을 전체적인 분위기로 정리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재함 후방의 코너스텝과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 뒷좌석과 적재함 사이 일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리문과 적재함 조명 등은 오랜 시간 픽업트럭을 만들어오면서 생긴 노하우와 경험으로 개선한 섬세한 디자인 요소라 특별함이 묻어났다.

픽업트럭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카테고리의 자동차이다. 아니 과거에는 많이 사용하던 모델였고 수요층도 적지 않지만, 국내에 쓸만한 모델이 없었던 시장였다.

그런데 쉐보레 콜로라도 픽업트럭의 출현은 국내에 니즈만 가득하던 시장에 끝판왕이 나타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경험한 콜로라도 픽업트럭은 삼성과 LG 핸드폰만 존재하던 시장에 애플 아이폰이 들어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 자동차들과 비교해도 탁월한 퍼포먼스를 가진 모델이라는 점에서 왜 쉐보레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델로 자리잡았는 지, 그리고 왜 잘 팔리는 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픽업트럭이 필요한 사람들은 국내에서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이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와 스포츠 칸 밖에 없다는 점에서 꼭 비교시승을 해보길 바란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시승해보지 못 했지만,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를 비교한다면 많은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쉐보레 담당자라면 어이가 없지만 마음껏 비교해보라는 자신감으로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줄 것 같다. 그만큼 쉐보레 콜로라도가 잘 만들어진 모델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