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진 기자.
황경진 기자.

[월드경제신문=황경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 검찰이 겨눈 칼 끝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다음 날 구속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이 부회장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후 이 부회장 변호인측은 기소의 정당성과 이를 평가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고 오는 26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최종 의견이 나올 예정이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해 이번 사건을 심의하게 된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은 권고 사항인 만큼 검찰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해 한 차례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상황을 놓고 볼 떄 검찰이 기존 수사 방향을 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사심의위의 판단과 무관하게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최근 이 부회장과 삼성 일부 임원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끝이 있다.

프로포폴 투약 여부를 놓고 벌이는 제보자들과 이 부회장간 공방이다.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 매체는 지난 22일 “이 부회장이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곳으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측 변호인이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최근 프로포폴 불법 사용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병원장 김모씨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증언한 바 있는 성형외과의 직원 A씨는 ‘이재용 부회장 한남동 자택 불법 출장 목격 사진을 삭제하라’고 병원장 측 변호인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성형외과는 폐업한 상태인데 이 병원 원장 김씨가 지난 1월부터 매달 2400만원의 돈을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 이를 직원 5명이 이를 나눠 가졌다는 게 A씨의 증언 내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대해 원장 김씨의 변호인은 ‘이번 일로 취직을 못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지급한 돈’이라고 공판 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뉴스타파’가 이 부회장이 2017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삼성측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을 뿐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해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대검찰청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호삼 부장검사)가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성형외과의 간호사가 선임한 변호사의 서초동 사무실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놓고 검찰과 대치하고 있는 버거운 상황에서 마약류인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 일생일대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사심의위의 판단과 제보자들의 증언이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