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물컵 투척 갑질’로 물의를 빚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17일 입건했다. 출국정지도 신청했다. 조 전무는 ‘물컵 투척 갑질’ 사건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5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또다시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계열사로도 불똥이 튀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항공은 3년여 전에도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소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2014년 12월 발생한 이 사건은 재벌 3세의 안하무인 행패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아들 또한 각종 구설수에 올라 기업 이미지를 갉아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으로 조 회장의 두 딸은 연이어 자신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했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를 대기 발령 시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반면 그 사건 피해자들은 결국 대한항공을 떠나야 했다.

‘땅콩 회항’ 당시 대한항공은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다. 당시 조현민 전무는 ‘복수하겠다’는 문자를 언니인 조 부사장에 보냈다. 이런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재벌 후계자의 눈 밖에 났는데 제대로 근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재벌가 2, 3세의 갑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들은 금수저로 태어나 온갖 특혜 속에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들은 갑질을 조금도 어색해 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오죽했으면 외신까지 이번 사건을 ‘갑질(gapjil)’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며 한국 재벌의 특권 의식을 지적했겠는가. 결국 재벌가 3세의 일탈이 나라 망신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재벌가 자녀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건 선대가 기업을 일굴 때의 기업가정신을 너무도 쉽게 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이 일으켜 세운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별다른 경험도 없는데도 임원에 앉히다보니 스스로가 잘나서 그렇게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제동 시스템이 없다. 일탈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자가 3대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기업은 이루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뜻이 담겨있다. 대한항공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재벌가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이제라도 재벌들은 국민들의 재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을 스스로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국에는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