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자존심과 밀접하게 관계된 어떤 일이라면 나의 잘못과 부족함 ‘인정은 무척 어려워’ ...잘못을 모면하려고 남의 탓 하는 것만큼 일생에 가장 큰 재산인 ‘사람’을 잃는 것.

◇ 자신과의 약속을 맨 먼저 지키자

우리는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자. 남은 날들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지, 우리의 인연은 또 얼마나 귀한 의미인지, 그걸 알기 위해서 더욱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하자.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은 무엇일까?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우정에 금이 간다. 자식과의 약속을 어기면 존경이 사라진다. 기업과의 약속을 어기면 거래가 끊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메모를 해가며 약속을 지킨다. 하지만 꼭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약속도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의 약속이다.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에, 그리고 그 때 그 때 쉽게 스스로를 용서해주기에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세상에 나를 믿어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맨 먼저 지키자. 어쩌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약속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에 순응한 뒤에, 다음에는 눈을 들어 이웃을 바라보자. 남들이 자신보다 못나고 부족한 점을 애써 발견하려 들지 말고, 자신이 남들보다 모자라고 뒤떨어지는 걸 먼저 발견하고 드러내며 기꺼이 인정하자.

그것이 대인 관계가 좋은 사람을 이웃으로 보유하는 첩경이다. 사람을 사랑하되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의 사랑에 부족함이 없었는가를 살펴보자. 사람을 다스리되 그가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었는가를 살펴보자. 사람을 존경하되 보답이 없거든, 나의 존경에 부족함이 없었는가를 살펴보자.

행하되 얻음이 없거든, 모든 일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자. 내가 올바르다면 천하는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는데, 우리는 먼저 남을 탓할 때가 많다.

잘못은 내게 있는데, 내가 오해받을 일을 했는데, 남의 탓으로 우선 돌리면서 화를 낼 때가 많다. 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내 실수인 줄 알면서도, 알량한 자존심과 유치한 자기 체면 때문에 먼저 다가가 사과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데, 나라는 존재가 한 번 숙인다고 버릴 명예도 없는데, 먼저 다가가 다정한 목소리로 “미안해” 그 한 마디면 다시 사랑할 수 있고, 다시 다정한 이웃이,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왜 먼저 다가가 손 내밀어 화해를 청하는 큰 마음을 갖지 못할까?

내가 먼저 숙이고, 내가 먼저 이해하고, 내가 먼저 인사하면, 내가 먼저 사과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데 왜 나는, 왜 우리는 성큼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할까?

◇ 어렵게 보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지금은 그 사람의 잘못이 크다 해도, 내가 먼저 큰 사람이 되어 마음을 먼저 열기만 하면 그 사람은 오히려 낯이 붉어지며 미안해 할텐데, 그 멋진 일을 먼저 하고 싶은 욕심을, 그 아름다운 일을 왜 먼저 못할까?

내가 먼저 미안해하고, 내가 먼저 고마워하고, 내가 먼저 용서하고, 내가 먼저 배려하면, 세상은 아늑하게 느껴지고, 정겨운 사람들만 보여지게 된다. 그러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따뜻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질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더 이상 마음을 열지 못할까? 내가 먼저 큰 사람, 내가 먼저 큰 마음이 되어, 긍정의 말들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잡아주는 진실어린 마음을 나누는 자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먼저 앞세우지 말고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사랑의 훈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물론 먼저는 어렵다. 무엇이건 먼저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나의 잘못과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자존심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잘못을 모면한다거나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서 남의 탓을 하는 것 만큼 어리석고 비겁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일생에 거쳐 가장 큰 재산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놀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 인정한다.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도 보인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의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 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두 눈이 있어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두 귀가 있어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두 손이 있어 부드러움을 만질 수 있으며, 두 발이 있어 자유스럽게 가고픈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가슴이 있어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하루하루의 삶의 여정에서 돌아오면 내 한 몸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날 반겨주는 소중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자.

이제 다시 아침이 밝아온다. 밝은 햇살이 온 누리에 퍼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정녕 이 세상이 온통 죄악으로 얼룩져, 폐쇄된 마루바닥처럼 딱딱하고 음습한 교도소로 변해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언제까지나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이룩한, 부드럽고 포근하며 영원한 쉼터가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그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 존경하는 시인의 마음을 닮아가야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