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비타민 C가 레몬보다 무려 3배나

거치고 쌀쌀한 찬바람에 몸이 움츠려 들 때 아늑한 실내에서 찾게 되는 것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차 한 잔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찻집에는 거의 커피만 일색으로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커피와 더불어 다양한 전통차를 같이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찻집이 많은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다행함이다.

특히 오늘처럼 쌀쌀함이 가시지 않은 날이라면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시고 달콤한 유자차는 몸도 따뜻하게 하고 추운 겨울바람에 시린 가슴도 따뜻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상큼한 유자차 맛은 유자에 비타민 C가 매우 풍부한 까닭이다. 유자에는 비타민 C가 레몬보다 무려 3배나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C는 겨울철 감기 예방에 효과가 크다. 또한 항산화 효과가 강한 물질이다.

피로 물질인 젖산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고 스트레스 물질이 농도도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 피로회복도 도와주고 면역력도 높이고 피부나 세포의 노화도 방지하는 효능을 발휘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신선한 채소의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비타민 C의 섭취도 부족해질 염려가 있다. 겨울철에 쉽게 피로를 느끼고 감기가 잦게 되는 것도 이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C를 유자차 몇 잔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유자에는 노화나 피로를 방지하는 비타민과 무기물질 및 구연산도 풍부하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동지가 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여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 목욕물에 유자를 몇 개 넣어 우려낸 물에 목욕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유자를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과일로도 이용하고 차를 만들거나 요리 등에 활용한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다양하게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한다. 미국이나 서양에서는 음료나 술을 만드는데 유자를 활용한다. 호주에서는 껌을 만드는데도 유자맛을 넣기도 한다.

◇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온 것이 효시

유자는 운향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인 유자나무(Citrus junos)의 열매이다. 귤보다는 크고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신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유자는 중국 양쯔강 상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장보고가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온 것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유자의 주 생산지는 장보고가 활동했던 전라도 및 경상도 남해안 일대의 비교적 따뜻한 기후를 가진 지역이다. 세종 때에는 유자를 전라도와 경상도 등지에 심도록 한 기록도 있다.

유자는 우리 역사에 존재한지 오래된 까닭이라서 당연히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도 활용되어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유자가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정의한다.

위에 있는 나쁜 세균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 소화기능을 돕고 술을 너무 자주 많이 마셔 발생한 술독을 없애주며 술 많이 마신 사람의 입에서 나는 구취를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본초학 책에서는 유자가 식욕이 없고 소화가 되지 않으며 가래가 많고 기침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말한다.

실제 유자에는 비타민 C와 더불어 인슐린유사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런 까닭으로 유자는 혈당을 내리고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체중을 줄이고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및 동맥경화 등의 질환의 치료에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생리활성물질인 나링긴(naringin)은 항균 및 항염증과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인 황생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및 콜레라균의 성장을 막는 효능이 있다.

유자에 들어 있는 헤스페리딘(hesperidin)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모세혈관 보호작용과 피부의 노화를 막고 항산화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다. 여기에 폴리아민의 합성을 억제하여 항암효과도 발휘한다.

또한 히스타민의 방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증상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소화기능을 돕고 기침을 멎게

유자는 진해거담작용이 있어서 기관지질환의 치료에도 유용하다. 특히 최근 유자에 함유되어 있는 리모넨(limonene)은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천식은 일반적으로 기관지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기관지의 과민성 발작성 수축에 의하여 나타난다.

이 병리기전에는 기도에 염증을 일으키는 호산구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난치성 천식에는 호산구를 억제하는 약물의 투여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자의 리모넨 성분은 바로 호산구를 억제하여 천식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유자뿐만 아니라 같은 운향과에 속하는 귤피 귤홍 진피 등을 유자의 대용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한약재는 소화기능을 돕고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공통적이다.

즉 가래를 멈추고 기침을 멎게 하며 위장의 소화기능을 돕는 대표적인 약인 이진탕(二陳湯)이나 폐에 열과 염증을 없애고 가슴에 가득한 가래를 없애주며 소화기능을 돕고 어지럼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는 도담탕(導痰湯) 등에는 바로 진피나 귤피를 사용한다.

밖은 아직 차갑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찬바람은 기침을 나게 하기도 한다. 추위를 핑계로 집에 머물다간 소화도 가끔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땐 따뜻하게 마시는 유자차가 제격이리라. 단 유자는 성질이 차가운 편이다. 따라서 속이 냉하여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