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 소정현 기자】개방이 본격 진척되면서 농민들은 미증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이미 밭작물까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논란은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월드경제에서는 중대 기로에 선 한국영농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이와 연관된 각종 위해요소 측면들을 중점 고찰하는 창간 10주년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관행농업’의 일촉즉발 대반란

오늘날 산업사회의 근간이자 주축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는 극도의 산업경쟁력을 갖도록 심히 압박하고 있다. 지구촌 너나 할 것 없이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비선진적 부문인 농업은 생존의 사수를 위해 기계화, 화학농업화를 주축으로 규모의 경제인 대량생산 시스템화 추구에 혈안인 형국이다. 여기에 수입농산물이 물밀 듯 돌진하면서 우리의 먹거리는 가일층 좌불안석이다.

이전 노동력에만 의존하던 소규모 농업이 농약, 제초제, 성장촉진제에 과다 의존하는 고투입이자 고에너지 농업인 즉, 관행농업(conventional agriculture)으로 변모함에 따라 환경오염, 종 다양성과 농경지 감소, 식량주권 상실 등 여러 난제들을 복합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 한국 역시 1970년대 후반부터 통일계 벼 개발과 녹색혁명으로 쌀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굶주리던 배를 포만하게 한 혁신농법은 ‘관행농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실상은 과다한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反환경적 농법이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농약과 화학비료 투입을 동반하면서 환경 문제는 도외시됐다.

이제 한국을 위시하여 국내외 농업생태계는 자연생태계와 동질성이 급속히 이완되면서 생태적 과정이 심히 변형되거나 단절되어 농업생태계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 생태계까지 파괴시켜 추가적 총체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생산성이 정체되는 한계에 봉착하였다.
여기에서 관행농업의 최대 피해이자 회복불능의 측면은 바로 생물학적 다양성 실종으로 직결되면서 식량안보와 주권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재차 예의주시하면서 적색경고음을 세차게 울려야 한다.

◇ 식량주권 明暗 ‘생물학적 다양성’

생물학적 다양성(생물 다양성)은 협의든 광의적 범주이든 모든 생명의 다양성이다. 생물다양성은 식물과 동물의 종들의 다양성(종 다양성)뿐 아니라, 모든 개체들에 포함된 유전자의 다양성(유전자 다양성), 그리고 서식처, 생물학적인 군락, 그리고 생태계적인 과정(생태계 다양성)을 포괄한다.

인간은 직간접으로 우리의 생존에 사활이 걸린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식품 재료의 생산은 다양한 생태적 과정은 물론 수많은 유기체들의 활동과 불가분 관련이 있다. 생물다양성이 존재하지 못하면 우리 먹거리의 어떤 것도 생산될 수 없다.

예를 들자면, 말벌과 새와 같은 자연 포식동물들은 농장에 있는 식물체를 파괴시키는 병해충의 개체수를 줄여주는 데 조력한다. 또한 꽃가루가 식물에 전이되어 수정을 거쳐 유성생식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수분(受粉)은 많은 지구의 주요 작물들의 생육과 결실에 핵심 매개체로서 곤충, 새, 박쥐와 다른 동물들에 의해 전이된다.

비단 이뿐 만이 아니다. 다양한 살아있는 유기체들은 양질의 흙을 조성하면서, 식물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분을 촉진하는 분해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자연선택은 동식물 내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품종을 만들어냈다. 식물의 약 7,000가지 다른 종들이 인간의 농업 역사에서 먹거리 작물로 재배되었다.

각 품종들은 ‘보완적 차별적’ 유전적 형질을 내재하고 있기에 어떤 품종들은 극단적 더위를 이겨내도록, 다른 종들은 극단적 추위에 이겨내도록, 또 다른 것들은 특별히 질병에 저항성을 가지는 반면 어떤 종들은 가뭄 동안에 생존하도록 적응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엄연한 현실은 어떠한가? 아마 혹독한 대가를 치를 날이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불행히도 산업적 농업은 전형적으로 식품에 사용되는 동물과 식물 종 내에 유전적 다양성의 극단적 감소를 촉발하였다.

대량 생산을 지향하는 이윤탐욕의 현대에서는 단지 15개의 식물과 8개의 동물 종들이 지금 모든 인간의 먹거리의 약 90%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먹거리 산업의 동질화의 결과로 수천 개의 비상업적인 동물 품종과 작물 품종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유용한 유전적 다양성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단적인 실례를 상술하면 대략 이렇다.

△1903년에 구입 가능했던 상업적인 채소 품종들의 거의 96%는 지금 멸종되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농작물들의 세계의 유전자원의 75%가 소멸되었다. 인간들은 현재 단백질의 90%를 공급하는 14종의 포유동물과 조류(鳥類)에 의존하고 있다. △12가지 식물 작물들은 세계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4분의 3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단지 3가지인 쌀, 밀, 그리고 옥수수는 세계의 식량의 절반 이상에 대하여 의존되고 있다.

그러나 간과될 수 없는 중대차 논점은 비상업적 식물 품종들이 멸종하게 되면, 우리는 단지 과일, 채소와 곡물의 독특한 맛과 외형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우리는 그렇지 않았으면 식물 자원 비축에 기여하게 되는 유전적 다양성을 잃게 된다.

부연하면, 만일 작물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즉 단일한 작물 품종의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새로운 병이나 해충이 수확물 전체를 파괴시키는 것은 훨씬 더 쉽다.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은 병과 해충에 저항성을 보장하는데 일등공신이다.

설상가상으로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종자산업은 전통적 식물 품종의 멸종에 또 다른 주범이다. 극소수의 거대 기업들은 농민들이 사용하는 종자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1998년에 10개의 가장 큰 종자 회사가 세계 종자 시장의 약 33%를 통제하였으며, 오늘날 미국에서 옥수수의 69%와 콩 종자의 47%는 단지 4개의 주요 기업으로부터 구매된다.

이러한 다국적 종자 회사들은 지구촌 전반의 종자시장을 석권하면서 산업적 품종의 식물 종자만을 판매하기에 농민들이 비산업적 종자 품종을 구입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그 씨가 말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이제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은 작물 손실을 늘리는 신종 주범이다.

◇대규모 ‘공장식 營農’ 오염원 莫大

공장식 농장경영은 엄청난 양의 오염을 발생시킨다. 집중화된 동물 급여 운영방식은 토양, 물 그리고 공기를 엄청난 양의 처리되지 않은 분뇨로 오염시킨다. 또한 산업작물 생산자들은 엄청난 양의 화학 농약과 비료로 환경을 초토화 시킨다. 이러한 오염물질들은 살아있는 유기체들을 죽이며 자연 환경을 거침없이 파괴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유전적 다양성의 손실은 식물이 병해충에 황폐화되기 용이하여 산업 농장들은 늘어난 수위를 넘는 화학농법으로 이를 벌충하게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은 생명덩어리인 흙의 생명력을 떨어뜨린다.

생명을 배양하는 힘의 원천인 토양이 화학비료로, 농약으로 산성화되고 땅 속의 병원성 미생물이 증가하여 농산물을 시름시름 앓게 하면서 생명의 힘을 소진시킨다. 이처럼 지력(地力)이 떨어지면 생명력이 소실된 땅에서 생산한 오염원을 먹은 사람의 생명력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특히 농작물에 과다한 비료 사용으로 토양에 축적된 질소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조류(藻類)를 급증시키고 결국 연안의 산소 고갈로 이어져 물고기가 죽음을 맞이하는 ‘데드존’(dead zone)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킨다. 이러한 서식지 파괴 문제는 당장의 생태계 위기는 물론 자연재해의 급증을 유인하여 지상식량과 수산자원 부족 문제까지 이끌고 온다.

◇기후온난화 ‘상상 이상의 대재앙’

일 년 농사의 성공 여부는 ‘하늘’이 점지한다. 농수산업은 기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농업은 기온, 강수량, 일조시간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결정되고 파종, 병충해, 물 관리, 추수, 건조, 보관 등 파종 전에서부터 수확 후까지 전 과정이 기상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제는 가슴 아프게도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현상이 우리 농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쌀 수확은 해안지역을 위주로 많이 감소하며, 특히 전남과 충남 지역에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농수산업 분야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온도상승에 따른 농작물 영향 평가 및 적응연구, 농업지대별 기상재해 경감을 위한 기상정보 활용 및 대응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하겠으나 피해는 건조기후에 산불을 보듯, 한층 커질 것이다.

영농의 위기이자 식량위기와 직접 맞물리는 원인을 경작지 감소에서도 찾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대규모 영농에 따른 기계화, 화학화는 토양침식을 초래했고 지구상에 경작 가능한 토지를 매년 0.3~0.5%씩 파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1993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 이후 우리의 국토면적 중 개발가능 지역이 1993년 15.5%에서 그 이후 40.5% 이상으로 늘었고, 이중 농지의 절반 정도가 개발가능지역으로 전환되면서 농지감소 추세는 멈출 줄 모른다.

식량위기 난제가 여기에만 머무른다면 일말 위로를 삼을지 모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추후 식량위기의 문제를 이런 부문까지 단언한다. 식량생산 확대의 주요 장애물은 바이오연료의 생산을 위해 곡물 사용량을 늘리거나 설탕, 면화, 콩 등 비식용성 작물 등의 사용량 증가 등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더 부가하면, 대량생산과 기계농,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농산물의 국제적 이동은 값싼 석유를 전제로 가능했다. 원유,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비료, 사료, 석유를 비롯한 각종 농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축산물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리 농업에서 에너지 문제를 깊이 다뤄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관행농업이 농업생태계와 주변 환경을 오염시켰고 결국 식품의 안전성과 생물다양성 실종이라는 대난제가 우리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돌진 태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