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물질 ‘결장암’ 세포 성장 억제효과

【월드경제신문】 1999년 영국 BBC방송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 조사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1위로 뽑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예수 탄생을 제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까지 평가되기도 한다.

사실 지구가 아직 둥글다는 사실을 모르던 시절 확신을 가지고 70여 일간의 지루한 항해 끝에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사건은 이후 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정도로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신대륙 발견을 이룩한 콜럼버스가 미지의 세계에서 처음 보고 감탄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과일이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보지 못하던 과일을 맛보고 그는 찬탄해 마지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 과일을 천사의 과일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후 많은 탐험가들도 이 과일 맛에 반해서 이 지역에서 자라던 나무를 가져와 기후가 적당한 곳에 심기 시작하였다. 이 과일이 바로 파파야다.

파파야(Carica papaya)는 멕시코나 브라질 그리고 콜롬비아 및 서인도제도 등지의 중남미가 원산지이다. 지금은 이 지역은 물론이고 인도나 호주, 필리핀 및 하와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자생한다. 파파야는 10미터 정도까지의 크기로 높게 자라는 나무이다.

이 나무에 노란 꽃이 피고 두 세 달이 지나면 둥글거나 표주박 모양의 커다란 열매가 맺히게 된다. 열매는 보통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과일이다. 각종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 파파인 성분 ‘단백질 분해’ 효능

특히 중남미 원주민들은 수 천 년 간 고기를 부드럽게 다지는 데 파파야를 사용해 왔다. 파파야에는 파파인이라는 성분이 가득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고기를 절일 때 파파야를 흔히 사용하게 된다. 파파야에 들어 있는 파파인 성분이 고기의 섬유질을 분해하고 잘 숙성시키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맛을 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시중에 시판되는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연육제에는 바로 파파인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파파야는 카레나 샐러드 등의 요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재료이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지역에서는 샐러드 요리나 카레에 파파야를 사용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샐러드를 만들 때 덜 익은 파파야나 파파야 잎을 사용한다.

파파야에는 펙틴 성분이 높게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이 들어 있는 과일들은 끓이거나 농축시키면 잼이나 젤리를 만들기 쉽다. 따라서 파파야는 젤리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파파야 잎은 예로부터 말라리아의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파파야 잎을 차로 끓여 달여 마시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파파야는 혈소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혈소판 감소를 일으키는 질환인 뎅기열의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파파야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파파인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활용하여 소화제로 만들어 약국에서 파는 곳도 있다.

파파야를 발효시킨 다음 농축하여 젤리로 만들면 파파인 성분이 더욱 가득하게 된다. 이것을 연고로 만들어 벤 상처나 발진 또는 화상 등에 바르면 효과가 좋다.

● ‘허리디스크’ 파파인 주사로 치료

파파야에는 단백질 분해 작용이 있는 파파인과 카이모파파인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의학에서는 단백질분해효소를 활용하여 탈출된 수핵을 녹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허리디스크를 치료할 때 칼로 째지 않고 하는 수술에는 바로 이 파파인 주사를 활용한다.

오래 전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로 유명한 배우인 해리슨 포드가 영화 촬영하다가 발생한 허리 디스크의 치료에 수술을 하지 않고 파파인 주사로 치료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최근에 높아지고 있는 파파야에 대한 관심은 바로 항암효과이다. 파파야에는 섬유질 성분이 많다. 이는 장내에 남아 있는 암을 유발하는 독소들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실제 파파야에서 추출한 물질은 여러 종류의 암세포를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결장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를 보였다. 파파야에는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 C를 비롯하여 비타민 A, B와 비타민 E 및 엽산이 풍부하다.

파파야 나무의 과일과 껍질이나 씨에는 많은 베타카로틴이나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물도 가득하다. 또 토마토나 수박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인 라이코펜도 들어 있다. 바로 이 물질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성분이다.

또한 항암효과와 더불어 항염증 효과도 가지고 있다. 파파야에 들어 있는 파파인이나 카이모파파인 및 각종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들은 염증을 예방한다. 그래서 천식이나 골관절염 또는 류마티스 등의 질환의 증상을 없애거나 낫게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파파야는 한의학에서 관절이 저리고 아픈 증상에 오래 전부터 활용되어 왔다. 또한 결핵균을 억제하는 등 폐를 좋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파파야를 반목과(番木瓜)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남쪽에 위치하여 연중 따뜻한 아열대 기후를 갖는 광동성 지역을 표기하는 용어가 바로 반(番)이다. 또 소수민족이나 외국에서 유래하는 과일이나 식품 등을 호칭하는 경우에도 반(番)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였다.

한의학에서 단맛을 가진 한약은 주로 위장 기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파야는 한의학에서 주로 소화불량이나 위염 등의 증상으로 위장의 통증이 있거나 설사를 하거나 아니면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활용하여 왔다. 여기에 관절이 아프거나 저린 증상 등에도 사용하였다.

중국에서는 파파야는 만수무강을 얻을 수 있는 과일이라 하여 만수과(萬壽果)로 부르기도 한다. 콜럼버스가 파파야를 천사의 과일로 부른 것도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이러한 약효까지 감안하였으리라. 좋은 과일만 먹어도 건강해지고 그 과일이 맛도 좋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