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양방’ 협진! 선택 아닌 필수

【월드경제신문=소정현 기자】미국과 중국은 국가 주도로 통합의학 뜨거운 열기 한국의 의료시장도 그 흐름에 부응하는 추세 감지

핫 이슈 ‘한의사 의료기 사용’ 소모전적 양상 비화 ‘시대사적 요청’ 정부 전폭지원 의료질적 수준제고

 

◇의료선택권 독과점 붕괴추세 ‘목도’

"한방과 양방의 협진으로 한·양방의 장점과 단점을 상호 보완해 환자들에게 만족도 높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문구는 마치 한국의 히포크라테스가 한방 양방 모두를 동시에 격려하고 채찍질한 듯만 하다.

보건의료기술은 비약 발전하면서 매머드 투자 또한 전폭 진척되고 있지만, 건강하고 질병이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더욱이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의료비용 지출은 급상승 추세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의료 건강은 성찰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점은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과 증진에 초점 맞추어진다.

이처럼 급변의 건강 패러다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동·서양 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한 통합의학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년 전인 1994년부터 통합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12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中의학과 서양의학의 장점을 상호 교류하며 단점을 보완하여 양자의 접목을 명시하면서 국가 주도로 통합의학 선봉에 그 열기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선제적 통합의료 추세는 실증적 차원에서 한층 탄력을 얻고 있다. 미국 소화기학회는 임상진료지침에서 '위 마비증'에 "침 치료가 위장의 배출운동력을 개선시키고 위 마비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명백히 밝힌다.

2013년 캐나다의학회지에 게재된바, 중국에서 안면마비 연구는 안면마비 첫 발생시 2-3일 이내 스테로이드 복용이 가장 효과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71%만이 회복됐다.

그러나 침치료를 병행한 경우 90%라는 월등한 회복세를 보였다. 진료에 있어 양한방협진의 효과의 극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바야흐로 한방은 이제 미래 통합의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한국은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는지? 일단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에는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상승일로에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양방의학의 효율성과 한의학적 전인적(全人的) 치료법을 융화시키는 한방·양방 협진 진료의 시행이 꾸준히 상승세이다.

원광대학교는 한방과 양방의 협진을 통한 ‘선진형 통합의료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 4월 1일 기존 한방병원을 ‘한양방 통합의료 한방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부산의 ‘온 종합병원’은 한의과를 개설해 본격적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지난 5월 15일 밝힌바 있다. 특히 재활의학과·정형외과·신경외과·성형외과·구강악안면외과·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의료 질적 수준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전남의 순천지역에서는 최초로 양·한방 협진을 통한 한방재활병원인 ‘아나파한방병원’이 지난 7월 10일 개원했다. 덧붙여 양방과 한방이 융합된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보는 조태환 한의원 정형외과 사례는 그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조원장은 한의사와 정형외과 복수 면허를 갖고 있어 양방과 한방 동시치료가 가능하다.

◇한·양방 최고 수준 협업은 ‘후진적’

한국은 현대의학이나 한의학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에서 최상의 의료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양·한방 협진을 통한 통합의학이 필요하다는 데 80% 이상이 적극적 찬성과 성원을 보낸다.

그렇다면 의료 현장에서는 과연 양방과 한방의 사이가 돈독할까? 그 해답은 생각 외로 상당히 암울하다. 특히 의료조직과 규모, 자본 측면에서 양자를 포괄하는 통합기관이라면 모를까? 개별적 의료기관의 범주에서 접근하면 그 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일부 한의원들이 시행하고 있는 혈액검사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한국 양방협진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노정시킨다. 여기에서 혈액검사는 한방병원이 독자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닌 의뢰의 수준이었는데도 사단이 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검체검사 수탁등록기관에 한의원의 혈액검사 의뢰를 거절하도록 협조 요청은 기초적 협업마저 애써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좀 더 그 범주와 수준을 ‘상향·확장’ 시켜보면 갈등과 대립 양상은 첨예 그 자체이다. 최근 의사집단들은 한의사의 초음파 등 현대의료장비 사용 권한, 한의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천연물 신약의 전문의약품 분류,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등을 놓고 갈등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적법한가?’ 라는 주제를 두고 소모적 논쟁만을 촉발시키고 있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한방의 의료장비 허용 여부를 놓고 최정점의 골격은 X-ray, CT, MRI, 초음파진단기 등 진단기기와 비내시경 등에 초점이 모아진다.

그동안 법원은 한의사가 이런 의료기기 사용에 언제나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려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다음의 사례는 극히 주목할 만하다. 법원이 아닌 헌재의 결정은 쌍방 간 쟁점에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26일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은 “하 씨 등이 사용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은 측정결과가 자동 추출되는 기기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결과를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기기 사용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 면허 外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물론 의협이 이런 판결에 순응 불가 입장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2013년 의협이 회원 의사들을 대상의 설문에서는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의 근거로 ‘오진 위험이 높아 국민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답변이 76.2%로 가장 많았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권에 심대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전문지식과 임상경험을 쌓아야만 의료수준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 무차별적으로 진료영역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 양방 의료계의 해묵은 항변이다.

◇‘의료선택권 균형’ 정치권의 新대안

그렇다면 입법부의 입장은 과연 위민의료에 접근하고 있을까? 2013년 3월 20일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한방과 현대의학의 획일적 관리체계로 고유한 특성을 발휘하거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가 현대의학 위주로 전진 배치된 만큼 한의학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립적인 법 규정이 필요하다.”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천연물신약 처방을 허용하는 ‘한의약 법안 제정’을 발의했다.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10월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공항 검색대에서 엑스레이를 사용하고 가축의 임신 진단 때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다.”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목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한의약육성법 제4조는 국가가 한의약기술의 과학화, 정보화를 촉진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방 의료의 진단과 치료경과 평가에 각종 의료기기를 활용해 현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입법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중앙 정치권에서는 한의사들이 현대 진단장비와 의료기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정책적 뒷받침을 위해 조직적,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연신 내놓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총론적 원칙적 입장에서만 볼 때 정치권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각론의 현장에서는 얽히고설킨 실타래 풀기보다 난망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라 할 정도로 한 발자국조차 나아가는데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대승적 견지 ‘상호 존중과 상생’

이제 한방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최근 들어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방 분야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2011년 7월 한의학육성법이 공포되면서 전통의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앞서 2009년 7월 31일에는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외국인 환자를 모태로 하는 의료관광산업 분야에서도 한방의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 시점에서 한방의 과학화는 우리 한방산업 활성화의 전제조건이자 요체이다. 이에 전통 한약재 성분의 규격화, 데이터베이스화에 집약적 전폭적 관심이 한층 촉진돼야 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방의 과학화·표준화·세계화의 중심에 서있다. 이에 더불어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와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가야할 길이 순풍에 돛을 단 격은 절대 아니라며, 무엇보다 역사적·학문적 배경이 다른 두 의학의 상호존중과 이해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이런 사안들을 총체적으로 주문한다.

양방의 과학적 분석모델과 한방의 전통의학의 경험적 전체론적 관점에 대한 융합적 시각에 실증적 논리적 모델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쌍방이 손을 잡고 잘 나아가려면 한방과 양방 치료의 상호작용 검증, 융합의료에 질환별 근거 구축 등 학문적 베이스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융합의료와 관련된 R&D,인력개발, 산업육성, 인프라·제도 등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구축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은 필수다.

결론적으로 한방의료시장 활성화는 우리 전통의학 부활과 더불어 양·한방 모두 상생의 길이란 점에 인식의 확장과 공감대가 가열차게 진척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