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신문】골프 경기를 볼 때 골프 갤러리와 팬들은 마치 영화와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선수들의 극적인 우승에 환호하며, 오랫동안 그 순간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다른 경기들보다 극적인 장면이 더욱 많기에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영화의 소재로 많이나오는 종목이 바로 골프다.

실화를 바탕으로 성공한 스토리도 있고, 다소 웃기는 장면으로 골프팬을 웃겨주는 영화도 있다. 비록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유명한 골프 영화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골프를 주제로 한 영화 중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제법 많다. 주말에 KLPGA 골프 경기가 끝난 후 그 감동이 가라앉기 전에 골프 영화들을 보면서 또 다른 감동들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요즘 같이 습도도 높고, 한낮의 찌는 듯한 태양을 맞이하고 있노라면, 야외 활동보다 자연스럽게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골프라는 운동이 야외운동이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힘들게 라운드를 나가는 것보다는 얼음이 들어 있는 시원한 음료수 한잔과 영화를 보면서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게 오히려 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기왕 보는 영화라면, 우리 같은 골프 마니아에게는 바로 골프 영화가 인지상정! 영화이기 때문에 꿈꿀 수 있는 극적인 골프 스토리를 보고 있자면, 더운 한낮의 열기는 이미 사라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골프영화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편안히 앉아서 볼 수 있고 나름 감동도 줄 수 있는 영화 베스트5를 아래와 같이 선정해 보았다.

◇지상 최고의 게임 (2005)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이 영화는 너무 극적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가난 때문에 캐디를 하던 프랜시스 위멧이 US Open에서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해리 바든과 테드 레이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다는 1913년 US 오픈 당시의 스토리를 다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남자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가 열연을 하면서 실화의 감동을 보여주는데, 실제 주인공인 프랜시스 위멧은 나중에 프로가 되지는 못했지만,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다고 한다. 100년전에 사용하던 골프채들과 의상 스타일들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에,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비 존스: 스트록의 천재 (2004) Bobby Jones: Stroke of Genius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바비 존스는 실제로 골프의 선구자라고 지금까지 칭송을 받는 사람이다. 마스터즈 대회의 창시자이며, 골프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라운드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의 명문 학벌에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했던 학구파 골프 선수였던 그는 페어플레이의 상징이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1925년 US 오픈 마지막 날 경기에서 바비 존스가 러프 있는 공을 아이언으로 샷을 하려는 순간 공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는 경기진행 요원을 불러 볼이 움직여 1벌타를 범했다고 사실대로 얘기했다고 한다.결국 진행 요원들이 회의를 거친 후 모든 결정은 바비 존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결국 바비 존스는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1벌타를 부과하였으며, 결국 그는 1타차로 경기에서 패하게 되었다.

그의 페어플레이에 많은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훗날 미국골프협회(USGA)의 스포츠맨쉽 상은 이 정직한 선수의 이름을 기려 밥 본스 어워드(Bob Jones Award)라고 부르게 되었다. 브리티시 오픈, US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US 아마추어의 4개 메이저 대회를 한해 동안 모두 우승한 대기록을 세운 골프 선수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우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베가번스의 전설 (2000) The Legend of Bagger Vance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듯한 영화 배우 이름인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가 이 영화의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위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다소 드라마적인 요소를 넣어 우리와 같은 골프매니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다정히 볼 수 있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특히 베가번스의 대사중에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유한 스윙이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바로 우리만의 것이자,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는 것 그리고 기억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말을 통해서 인생의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 화려한 캐스팅 주인공들과 잔잔한 인생의 감동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바로 이 영화가 답일 것이다.

◇틴컵 (1996) Tin Cup
골프 영화중 가장 무게 있는 캐스팅으로 알려진 영화일 것이다. 바로 “늑대와 춤을”의 케빈 코스트너와 “랜섬”의 르네 루소가 주연으로 연기를 펼친다.

성격이 괴짜인 한 레슨 프로가 US 오픈에 출전해 우승을 노린다는 스토리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은 우승을 눈앞에서 헌납하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자신의 인생과 게임을 망치면서도 자신이 즐기는 스타일의 골프를 고집했고, 결국엔 골프백에 있는 공을 다 쓰면서 마지막 홀에서 12번 만에 온그린 성공과 함께 홀인하는 장면이다.

물론 이런 극적인 장면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자기만의 길을 가는 선수의 모습과 골프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라 말할 수 있다.

◇해피길모어 (1996) Happy Gilmore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아담 샌들러(Adam Sandler)의 팬이기 때문에 소개하기도 하지만, 무겁지 않은 코메디 영화로서 기분 전환하기에 최고의 영화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을 접고 우연히 휘두른 드라이버가 인생을 바꾼다는 내용이지만 사실 전혀 황당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400야드는 현재 파워 골퍼들에게는 현실 가능한 비거리가 되었고, 일명 해피길모어 샷이라고 불리는 러닝샷은 현재 KLPGA 김혜윤 선수와 같이 스텝 스윙의 개념으로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필드에서 이 해피길모어 샷을 따라하는 아마추어 골퍼들 때문에 법정에까지 가서 불법 논쟁을 할 정도였으니, 이 영화가 단순한 코메디 영화가 아님은 확실하다. 400야드 비거리의 파워 골프를 꿈꾸는 골프 매니아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 제법 주목을 받은 “Caddyshack (1980)”이라는 코메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조차도 “세상에서 유일한 골프 영화”라 극찬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버디버디 (2010)”라는 한국 드라마가 주연을 맡은 애프터 스쿨의 유이와 함께 유명세를 탔었다.

KLPGA 경기가 끝난 주말 저녁에는 아쉬워하지 말고, 한 손엔 팝콘 한 봉지 그리고다른 한 손엔 리모컨을 잡고 시원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골프의 감동을이어가는 것도 이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방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