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3개월 '일부 영업정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1박2일'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지주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라는 중징계로 막을 내렸다.

또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정용근 전 농협 신용부문 대표에게는 '문책경고'가 결정됐다.

특히, 황영기 전 회장 등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우리은행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징계하기로 한데 이어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기관경고와 함께 오는 9일 '3개월간 일부 영업정지'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삼성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금융실명법 위반과 자금세탁 혐의 거래 미보고로, 지난 6월 파워인컴펀드 부실 판매로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최근 3년 이내에 3번 이상 기관경고를 받으면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요건에 우리은행이 해당, 이 같은 제재를 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우리은행이 공적자금 투입 은행이고 앞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데 영업정지 조치를 하면 신인도 하락과 영업 차질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와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정지 여부는 오는 9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나머지 징계는 금감원장의 직권으로 확정된다.

◇ 황 회장, 아직 끝나지 않았다…'중징계 재심의 요청할 듯'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4일 금융감독원의 '직무정지' 중징계 제재를 수용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 대리인(변호사)이 전날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 금융위기로 발생한 투자 손실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2시간 가까이 황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 정당성을 해명했을 정도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황회장 측은 아직 최종단계인 금융위원회 심의가 남아 있는만큼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이 낮아 재심의 요청과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징계는 이달 중으로 열릴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위원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보의 징계는 '주의, 경고, 직무정지, 해임' 등 4가지가 있는데 예보 역시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에 상당하는 징계를 내리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KB금융지주, 황영기 체제 지속될 수 있을까?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KB금융지주와 황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중징계 결정을 금융위 최종 확정하더라도 지금 당장 황 회장이 KB금융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징계 여부와 상관없이 황 회장은 2011년 9월까지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사람은 4년간 금융기관 임원으로 선출될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렇게 되면 연임은 불가능하며 사실상 금융권 고위인사로서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명예와 관련된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이번 중징계가 확정되면 금융계의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황 회장은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징계를 받은 황 회장이 KB금융지주 수장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겠냐며 도덕적인 이유 등을 들어 자진 사퇴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 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현재 법적 대응이나 향후 거취 등을 논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