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 85호】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투자를 요청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에는 100조원이 넘는 투자가능 자금이 있다고 들었는데, 즉시 금고문을 열어달라”고 간곡히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투자는 그야말로 나라의 지도자이고 기둥인 대기업만이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들은 기자회견 주제가 ‘희망을 만듭시다’였던 것이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적절한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해 했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이런 요청을 하는가 하는 마음에서다. 야당 또한 이러한 무책임함에 있어서 예외일 수 없다.

미증유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정치권은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미국 EU 일본 등 세계 각국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속한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여야는 민생은 팽개쳐 둔 채 정쟁으로 날을 세웠다. 18대 국회가 문을 연지 9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한 번 해본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서민들의 서러움은 아랑곳하지 않았음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투자를 해달라고 하고 있으니 과연 정치권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진정으로 기업의 투자를 요청하려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먼저 만들어 주는 게 순서다.

각종 규제로 투자환경은 엉망인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발목 묶어놓고 뛰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여야가 진정으로 기업의 투자를 요청하려면 스스로가 기업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러한 진지한 노력 없는 투자요청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