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 상임위 상정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도 실종됐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각국은 여야가 합심해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지만 우리 여야 정치권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거대여당은 여당대로 소수야당은 야당대로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국민의 눈에는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도대체 국회가 왜 필요하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국회 무용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해머와 전기톱 등을 동원한 격렬한 대치가 있었던 다음 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와인을 따라주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온갖 험악한 표현을 동원해 상대를 비난해 놓았지만 여야의 원내 수장이 곧바로 한자리에 같이 앉았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은 정치권이 폭력을 동원해 국회를 마비시킬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진 이번 위기는 IMF 때보다 더 혹독할 것이라는 예측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의 피폐해지고 있는 삶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국민도 더 이상 국회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