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공언해 왔던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한미 FTA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산업 지원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지난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한 전례가 있다. 작년에는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안을 좌절시켰다. 모두 미국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을 때 발생한 일이다. 현재 미국의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재협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먼저 비준을 해놓고 미국의 비준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이달 초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러나 우리의 조기 비준이 과연 미 의회 압박 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한미 FTA가 시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비준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미국의 신 행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안아야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야당이 비준안 조기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서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FTA가 발효될 경우 개정해야 할 법안부터 미리 손질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미 FTA가 난관에 부딪힐 경우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전략과 연계해 대응하는 방안 역시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밀어붙여 비준안을 통과시킬 경우 발생할 후폭풍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