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 제너시스BBQ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 제너시스BBQ

[월드경제=유상석 편집국장] 과거, 한 방송사에서 법조출입기자로 근무했다. 이 때 생긴 버릇이 있다. 법정 취재를 하다 한 번 씩 피고인 쪽으로 시선을 돌려, 표정을 살피는 것이다. 아마 나에게만 생긴 버릇은 아닌 듯 싶다. 주요 사건 피고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좋은 기삿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욕설을 했다거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받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검사 구형 직후 휴정을 요청한 뒤,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비명을 질렀다는 등의 소식은 실제로 많은 매체들이 기사화했다.

지난 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1호법정에서 열린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의 형사재판. 오랜만에 직접 취재한 재판이었다. 윤 회장 측 변호인의 프리젠테이션이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새로운 논리가 등장하진 않았다. "의사결정 과정은 합법적이었고, 윤 회장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손해를 메꾸겠다'고 공언한 만큼 배임의 고의는 전혀 없었으며, 경쟁사인 bhc 측이 악의적으로 고발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내용의 변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두고 검찰 측과 변호인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다.

'기사 쓰긴 편하겠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윤 회장으로 향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 포착됐다.

법조출입기자 시절,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도 많이 취재했다. 돌이켜보면, 혐의를 인정하면서 형량 감경을 호소하는 경우와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우, 총수들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무죄를 주장할 때 그들의 자세는 반듯했고, 얼굴에는 당당함이 서려 있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불안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

윤홍근 회장 역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자리에 출석한 입장이다. 피고인석에 앉은 상황에서 표정이 마냥 밝을 수야 없겠지만, 보통 이럴 땐 반듯함과 당당함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아마도 GNS하이넷이라는 업체의 특성 때문일 테다.

프랜차이즈 사업과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 판매)의 융합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GNS하이넷. 윤홍근 회장과 맏아들 윤혜웅 씨가 각각 5억원 씩을 출자한, 그래서 절반 씩의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다.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사업 초기였기에 높았던 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건 윤 회장과 아들 혜웅 씨의 개인 소유였던 곳이다. 그룹에 편입시킬 계획도 있었지만, 결국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매각됐다.

새로운 마케팅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 사례로 남고, 법원의 재판까지 받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아들과 함께한 도전이었다. 아들과 함께 법정에 서는 신세는 면했지만, 아버지의 걱정은 멈춰지지가 않는다. 윤 회장의 표정은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는 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란 그런 존재다.

앞으로 이 사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나선 취재에서 새삼 하나 깨닫는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항상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