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경제=유상석 편집국장] "서울의 한 굽네치킨 점포에 이례적인 주문 전화가 걸려왔다. 주문자는 대통령실, 23일(화) 오후 4시까지 치킨 100여 마리를 배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난데 없이 눈에 띈 한 매체의 기사였다. 

'별 기사가 다 있구나' 생각하던 차에, 프랜차이즈 관계자 코멘트에 눈길이 갔다. "본사는 메뉴 선택 등에 전혀 관여한 게 없고, 대통령실이 점포에 직접 주문한 것"이라나.

역대 대통령 개개인에 대한 인기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재임기간에도 널뛰기 하듯 오르내리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대통령이 먹는 음식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 '진상품'으로 올라간 음식은 '최고의 메뉴'라는 인증처럼 여겨진다. 생각해보면, 멀리 조선시대 수라상궁에서 현대의 대통령실 쉐프에 이르기까지 최고권력 주변에는 항상 최고의 음식이 있지 않았던가.

이런 인식이 자리잡혀 있으니, 용산 대통령실이 특정 치킨 브랜드에 치킨 배달을 주문했다는 건, 정치권과 식품업계 안팎에서 큰 화젯거리가 될 만 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혼자 먹을 메뉴도 아니었다.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 테이블에 올라갈 메뉴였다고 하니, 화제성이 더해진 것.

재미있는 건, 치킨을 주문받은 굽네치킨은 국민의힘 홍철호 전 의원이 창업한 업체라는 점이다. 이름만 대면 모를 사람이 없는 유수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아닌가.

중소기업인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을 의식한 건지, 행사에는 청년 스타트업 치킨 업체도 동참했다. 어색함을 불식시키려는지, 모 피자 스타트업 업체도 같은 날 피자를 올렸다. 이렇게 '대통령 마케팅'이 펼쳐지는 모양새가 됐다.

생각해보면, 별다른 사전 조율 없이 대통령 만찬에 자사 메뉴가 초청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마케팅 호재거리다. 역대 대통령이 즐겨찾던 맛집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후원속에 있는 것처럼, 대통령실이 업체를 선정했다면 무언가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 영향력을 고려했다면, 그리고 당일 행사의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했다면 굽네치킨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마냥 왜 끼어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색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끼어 있으려니, 마케팅의 방법도 은밀하고 메시지의 시선도 방향성이 없다. '대통령실 만찬 메뉴로 선정된 치킨'이라는 뻔한 마케팅을 펼치려니, 중소기업인대회라는 타이틀이 발목을 잡는다. 굽네치킨의 2022년 매출액은 2210억원으로 전체 브랜드 가운데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