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 속 한국 부진 더 심각…여야 대치 심화로 극복 방안 마련 난망

【월드경제신문 김창한 기자】내년에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세밑 한파에 움츠려든 국민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하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부동산 침체는 계속되고, 수출도 줄고 있어 우리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638조7276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24일 새벽에 통과시켰다. 여여가 법정 시한(2일)을 22여일 넘기고서야 간신히 합의해 처리한 것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기회재정부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정부의 전망치는 올해의 2.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인 전망치를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표현했다.

이런 전망치는 한국은행(1.7%), KDI(1.8%) 등 국내 주요 기관보다 낮은 것은 물론 OECD(1.8%), IMF(2.0%) 등 해외 주요 기관의 예상치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그만큼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열린 ‘물가안정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3.5% 전망은 경제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년에도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우리로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14조2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초기였던 지난 2020년 1분기 700조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이 2년 6개월 동안 45%나 늘어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금리마저 올라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할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으로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부실 규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부동산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서 집값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전세도 급락해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월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 경착륙이 우려되자 정부가 대출이나 실거주 규제를 푸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법을 개정해야만 하는 사항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여야 대치 국면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도 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20일 현재 490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기조라면 연말까지 500억달러를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 1위 품목 반도체가 중국의 경기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주변기기, 가전제품, 철강 수출이 대폭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게다가 환율 급등으로 원유, 석탄, LNG 등 에너지 수입이 대폭 늘어 무역 적자를 눈덩이처럼 늘렸다.

무역 적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았던 2008년(133억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더구나 500억달러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 코로나 팬데믹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직접 해소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부진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늘어나고 있다.

전방위적 위기 국면에서는 국민을 통합시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여야가 갈등과 대립 해소에 나서기는커녕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정쟁을 지속하는 한 현 위기를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